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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 남친이 그녀에게 감옥을 사줬어제1화

이 화는 약 2645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내 전 약혼자 현우는 단 한 번도 원하는 것을 똑 부러지게 말한 적이 없다. 늘 이리저리 말을 돌려가며 눈치를 주곤 했다.

나는 그게 그저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내게 도움을 청하기 부끄러워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어차피 곧 결혼할 사이였고, 내 것이 곧 그의 것이라는 생각에 매번 그의 요구를 두말없이 들어주었다.

하지만 절친의 SNS에 올라온 글을 우연히 보기 전까지는, 그 모든 게 착각인 줄 전혀 몰랐다.

[이번에 새로 나온 아이오닉 5 진짜 취향 저격이야! 딱 한 번만이라도 내가 운전해 볼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네!]

그 글이 올라오자마자, 내 약혼자 현우의 계정으로 댓글이 달렸다.

[말만 해, 내가 타게 해줄게.]

둘이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나 의아해하던 찰나, 현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지아야, 나 이따가 거래처 미팅 가야 하는데 밖이 너무 덥다. 지하철역까지 1킬로는 걸어가야 하는데, 차 한 대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답장을 보내려던 순간, 절친 혜리의 대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날 제일 잘 아는 건 너뿐이야! 그 기집애가 지 손으로 직접 차 열쇠를 갖다 바치게 만들어야 내가 탈 맛이 나지! 참, 어제 풍선 다 써버렸으니까 새로 사는 거 잊지 마.]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어 손가락이 떨리는 채로 화면을 새로고침했다.

하지만 그 눈부시게 자극적인 글자들은 더욱 선명해질 뿐이었고, 순간 심장이 무언가에 꽉 움켜쥔 듯 조여왔다.

화면을 노려보는 내내 위장이 뒤집히는 듯한 구역질이 밀려왔다.

내 등 뒤에서 바람을 피우는 것도 모자라, 나를 아주 움직이는 돈줄로 취급하고 있었던 건가?

나는 치려던 메시지인 '회사 앞으로 차 키 가져다줄게'를 전부 지워버렸다.

그리고 차갑게 한 줄만 보냈다.

"아, 그래? 그럼 택시 타고 가."

* * *

현우는 순간 멍해진 모양이었다. 몇 분이 지나서야 답장이 왔다.

"밖이 지금 38도는 되는 것 같은데?"

"글쎄, 난 에어컨 밑에 있어서 잘 모르겠네."

내가 평소와 다르게 무덤덤하게 나오자, 그는 초조해졌는지 다급한 목소리로 음성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아야, 바이어가 급하게 보재서 그래. 늦으면 이번 계약 완전히 날아가거든. 너도 알잖아, 이 프로젝트가 우리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

예전 같았으면 그가 이런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마음이 약해져서 얼른 차를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그러면 그는 못 이기는 척 고맙다며 차를 몰고 나갔겠지. 늘 그랬던 것처럼.

컴퓨터가 너무 느려 야근을 밥 먹듯 한다기에 다음 날 바로 최신형 노트북을 사주었다. 동료들의 게임기가 부럽다며 스트레스 해소용 말랑이 인형만 주무르고 있길래, 최고급 게임기 풀세트를 안겨주었다. 나중에는 매일 저녁 다른 요리를 해주겠다며 혼자 레시피 북까지 사서 공부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모르는 척 답장을 보냈다.

"그럼 택시라도 불러서 타. 계약 날리는 것보다 택시비 몇만 원 쓰는 게 훨씬 이득이잖아."

내 예상치 못한 대답에 그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10여 분이 지난 후에야 울상인 이모티콘과 함께 음성 메시지가 왔다.

"어제 동료가 새로 뽑은 차 타고 미팅 가는 거 보니까 확실히 바이어 대접이 다르더라고..."

나는 화면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짧게 보냈다.

"어."

화면 너머로 '입력 중...'이라는 표시가 무려 3분 동안 깜빡이더니 마침내 한 줄의 텍스트가 떴다.

"그럼 나 그냥 지하철 끼여서 갈게... 오늘 더위 먹으면 네가 좋아하는 갈비찜은 못 해 주겠다."

나는 화면에 대고 눈알을 굴리며 대충 무성의하게 답했다.

"웅, 몸조심해."

30분 뒤, 서혜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야, 한지아! 너 진짜 남자친구한테 너무하는 거 아냐?"

"이 더운 날에 지하철을 타라고 해? 중요한 바이어 만나러 가는데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어떻게 그렇게 애정이 없어?"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눌렀다.

"뭐야, 네가 왜 나보다 현우 걱정을 더 해?"

혜리는 내 퉁명스러운 어조에서 아무런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했는지 여전히 당당하게 맞받아쳤다.

"곧 결혼할 사이면서 왜 그렇게 칼같이 굴어? 그냥 차 좀 빌려주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유난이야? 째째하게 굴지 마."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 차 내가 안 빌려주겠다는데 그게 왜 째째한 게 돼?"

"야, 그 차 어차피 혼수로 현우 타라고 산 거잖아. 지금 좀 빌려주는 게 어때서 그래? 왜 심통이 났는지 모르겠네, 정말."

그 차는 내가 지난주에 인도받아 몇 번 타지도 않은 새 차였다.

하지만 현우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벌써 세 번이나 몰고 나갔고, 매번 돌려줄 때마다 주유 경고등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었다.

이제야 내가 놓쳤던 수많은 단서들의 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내가 기름을 가득 채워둔 다음 날, 혜리의 SNS에는 산 정상에서 찍은 일출 사진이 올라왔다. 또 한 번 차를 빌려 간 날 오후에는 혜리의 피드에 야외 피크닉 사진이 아홉 장이나 가득 올라왔었다.

그때는 바보같이 그가 우리 미래를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줄만 알고 아낌없이 배려해 주었는데.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내 등 뒤에서 이미 더러운 짓을 벌이며 나를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울 도구로 부려 먹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수화기 너머로 냉소를 흘리며 냉정한 목소리로 비꼬았다.

"서혜리, 네가 그렇게 발 벗고 나서는 거 보니까 현우한테 딴마음이라도 있나 봐? 그렇게 걱정되면 네가 걔 엄마라도 해주든가."

"한지아, 너 미쳤어?!"

내가 더 반박하기도 전에 그녀는 홱 전화를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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