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게를 불륜녀에게 선물한 남친제1화
이 화는 약 2679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처음 이 프라이빗 다이닝 레스토랑을 인수했을 때만 해도, 목적은 단출했다.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대접할 때 조금 더 편안하고 품격 있는 장소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가게 아르바이트생 중 한 명이 재미 삼아 찍어 올린 숏폼 영상이 소위 '대박'이 터지면서 레스토랑이 SNS 성지로 떠오른 것이다.
입구는 이미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남자친구인 허시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연휴라 사람들이 몰리는 모양이니 며칠 지나면 금방 식을 열기라고 나를 달랬다. 나 역시 굳이 따지고 들지 않았다. 다만, 이번 5월 초에 있을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주 회장님을 모셔야 하니 반드시 예약과 장소 관리를 철저히 해두라고 신신당부했을 뿐이다.
시열은 걱정 말라며, 자신만 믿으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약속 당일, 레스토랑에 도착한 내 눈 앞에 펼쳐진 것은 거리 한복판까지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이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추스르며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누군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삿대질을 하며 몰상식하게 새치기하지 말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주변 사람들의 비아냥 섞인 폭소뿐이었다.
"아줌마, 여기가 어떤 데인지 몰라요? 허 대표님이 우리 묘묘 주려고 직접 차려준 가게인 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지금 묘묘가 얼마나 핫한데 감히 여길 그냥 들어오려고 해?"
그제야 나는 레스토랑 내부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천박하게 바뀌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태프들 역시 처음 보는 낯선 얼굴들뿐이었다.
이 황당한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결국 헛웃음을 터뜨리며 군중을 향해 외쳤다.
"그 대단한 인플루언서 묘묘인지 뭔지, 당장 나와서 나 좀 보라고 해."
* * *
공기가 순간적으로 얼어붙더니, 곧이어 사람들 사이에서 격렬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맨 앞에 서 있던 분홍색 머리의 여자애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깔깔거리며 나를 가리켰다.
"아니, 아줌마. 제정신이에요? 당신이 뭔데? 묘묘를 나오라 마라야. 오늘 여기서 묘묘 얼굴이라도 보는 게 당신 가문의 영광인 줄이나 알라고요."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혀를 차며 주변 사람들에게 투덜거렸다.
"진짜 웃겨서 원. 요즘은 별 미친 사람이 다 있다니까. 유명해지고 싶어서 환장했나? 우리 기다리는 거 지루할까 봐 광대 노릇 하러 왔나 봐요."
사방에서 꽂히는 시선은 날카롭고 경멸적이었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오른쪽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게 예감이 좋지 않더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들러보길 천만다행이었다.
이 꼴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주 회장님을 모시고 왔더라면, 오늘 150억 원짜리 계약은 고스란히 날아갔을 터였다.
말 섞을 가치도 없다고 판단한 나는 안으로 들어가려 발을 뗐다. 하지만 또다시 가로막혔다.
아까 그 분홍색 머리였다.
그녀는 내 소맷자락을 거칠게 잡아끌며 고함을 쳤다.
"이 아줌마가 진짜! 다들 줄 서 있는 거 안 보여요? 당신이 뭔데 먼저 들어가겠다는 건데!"
"내가 경고하는데, 묘묘가 그랬어. 새치기하거나 암표상 통해서 들어오는 인간들은 절대 손님으로 안 받는다고. 당신, 들어가 봤자 쫓겨날 줄이나 알아."
나는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마지막 인내심을 쥐어짜 내 말했다.
"마지막으로 말할게요. 이 레스토랑 주인은 나예요. 언제부터 여기가 인플루언서 맛집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난 오늘 중요한 손님을 모셔야 하고 일반 영업은 안 합니다. 그러니 다들 그만 돌아가세요."
분홍 머리는 기가 막힌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아줌마, 이 동네 임대료가 얼마인지나 알아요? 이 건물 가치가 얼만데 여기가 자기 거래. 그럼 난 재벌 3세겠다, 그쵸? 누가 믿어, 이걸!"
주변에서도 비웃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임대료가 비싸긴 하겠지.
하지만 이 거리의 상가 건물 전부가 내 소유인데, 내가 내 건물에서 편히 밥 좀 먹겠다는데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니, 레스토랑 외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영상 하나가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영상 속 한 소녀가 과장된 몸짓과 목소리로 연기를 하고 있었고, 촌스러운 배경음악이 깔릴 때마다 구경꾼들은 좋다고 깔깔거렸다.
요즘 유행한다는 '임묘묘'의 짧은 상황극 시리즈인 듯했다.
영상이 끝나고 다음 편이 자동으로 시작될 때, 나는 그만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영상은 예전에 스치듯 한두 번 본 게 전부였다. 그저 가난하지만 씩씩한 여대생이 아르바이트하며 겪는 에피소드인 줄로만 알았다.
나는 가늘게 눈을 뜨고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영상의 배경은 분명 내 가게였다. 그리고… 왜 영상 속에서 허시열이 임묘묘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는 거지?
그 장면이 나오자 주변 여자애들이 자지러지며 비명을 질렀다.
"꺅! 대박! 내가 뭐랬어, 허 대표님이 묘묘한테 마음 있다니까! 매일 트집 잡으면서 월급 깎아도, 묘묘가 진상 손님한테 당할 때 제일 먼저 나타나서 지켜주잖아."
"둘 눈빛 봐, 완전 꿀 떨어져. 저건 백 퍼센트 연기가 아니라 찐 사랑이라니까!"
망상에 젖어 환호하는 소녀들 사이에서 내 심장은 차갑게 식어갔다.
아무리 연출된 영상이라 해도, 임묘묘를 바라보는 시열의 눈빛은 결코 연기가 아니었다.
모든 걸 완벽하게 처리하겠다며 호언장담하던 그가, 내 소중한 공간을 이토록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었다니.
나는 애써 평정심을 되찾으며 휴대폰을 꺼내 시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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