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혼만 남게 된다면제3화
이 화는 약 2113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도진과 유이서는 계단에서부터 집 문 앞까지 딥키스에 푹 빠져버렸다. 이도진이 성급하게 문을 열고 진도를 내빼려 할 때 마침 이은찬이 물컵을 들고 거실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봤다.
이도진은 뻘쭘해서 유이서를 놓아줬다. 이에 유이서는 그의 가슴팍을 내리쳤고 남자는 사랑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한 손으로 그녀의 주먹을 감싸 쥐었다.
“애인 단속 잘해요. 엄마 돌아오면 또 미쳐 발광할라.”
외도 현장을 들키고도 뻔뻔스러운 두 사람을 지켜보며 이은찬이 담담하게 야유를 날렸다.
이도진은 당연하다는 듯이 돈으로 해결될 문제라고 여기면서 휴대폰을 꺼내 아들에게 계좌 이체했다.
“할머니 당분간 고향에 내려가 계실 테니 요 며칠 푹 쉬어. 돈 문제는 걱정 말고.”
입금 확인한 이은찬은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방으로 들어갔다. 뒤에 있던 유이서가 이 모습을 보더니 불만조로 말했다.
“은찬이 너무 감싸고 도는 거 아니야?”
이때 이은찬이 대뜸 걸음을 멈췄다.
“유 쌤, 경고하는데 입단속 잘해요.”
“나 아니면 쌤도 우리 아빠 만날 일 없었잖아요. 안 그래요?”
‘아들아, 너도 네 문제인 걸 알긴 해?’
나는 영혼이 이탈되어 아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귀싸대기를 날리려고 했지만 손이 닿는 순간 그대로 흩어지고 말았다.
이때 이은찬이 나지막이 물었다.
“엄마 어디 갔어요?”
한창 애인을 달래주던 이도진은 그의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 방금 제대로 못 들었어.”
아이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닫으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우리 엄마 여행 갔더니 아빠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연녀를 집에 데려오는 거 있지? 진짜 웃기지 않냐?]
그가 리아라는 여자아이한테 메시지를 보내자 곧장 답장이 도착했다.
[쌤통이야. 그러게 누가 너희 엄마더러 우릴 반대하래? 벌 받은 거지 뭐.]
[하긴, 엄마는 내 모든 걸 통제하려고 들어. 이렇게 나가 있는 동안 조용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아.]
이은찬은 메시지를 작성한 후 전송하려다가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끝내 다 지우고 새로 작성했다.
[수능도 마쳤겠다, 이제 더는 우릴 반대하지 않을 거야.]
수능 성적이 나온 날, 이도진은 아들을 위해 가까운 친척들과 학교 선생님들까지 초대하여 연회를 열었다.
유이서도 자리에 함께했고 진행자가 이은찬이 고생 끝에 수능을 마쳤다고 축하 멘트를 날릴 때 그녀는 심지어 격려하는 눈빛으로 이은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둘 사이를 막으려고 가운데 떡하니 서 있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이은찬의 역겨워하는 표정을 지켜봐야만 했다.
한라희가 하객들에게 와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있었고 이도진은 무대 뒤에서 성급하게 내게 전화를 걸었다.
도통 연결이 안 되니 며칠 동안 쌓인 감정이 드디어 폭발했는지 내게 폭풍 같은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대체 왜 잠수 타고 난리야? 지금 어딘데?]
[두 달 동안 밖에서 실컷 놀았으면 됐지 오늘 같은 중요한 날까지 안 오는 거야?]
[카드 정지 해버리는 수가 있어!]
[지금 네가 갖고 있는 카드도 전부 내 월급 카드야. 분실신고 해버리면 너도 꼼짝달싹할 수 없어.]
[대답해! 왜 아무 말 없어? 겁먹은 거야?]
[남편, 아들까지 다 버릴 셈이야?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야?]
[은찬의 엄마가 될 자격이나 있냐고?]
이도진은 미친 듯이 분노를 표출하다가 결국 본인만 더 초조해졌다.
내가 죽은 것도 모르고, 더는 답장할 수 없는 이 현실도 모르는 인간이었다.
이때 한라희가 허겁지겁 내려와서 그를 다시 불러갔다. 이도진은 여전히 분노가 삭이지 않은 표정이었고 이를 본 친척들이 의아한 듯 물었다.
“오늘 같은 좋은 날에 은찬이 엄마는 왜 안 보이는 거야? 엄마 어디 갔어?”
이은찬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채 겨우 대답했다.
“저도 이제 수능 마쳤으니 엄마가 바람도 쐴 겸 한동안 여행 다니셔야죠.”
옆에 있던 한라희는 쓴웃음을 지으며 구시렁댔다.
“여자가 되바라져서 두 달 동안 집에 오지도 않아!”
이도진도 짜증 섞인 얼굴로 한라희에게 말했다.
“안 되겠어요, 지유 그년 카드를 싹 다 정지해야겠어요. 더는 나다니지 못하게 말이에요.”
이에 친척들이 수군거렸다.
“두 달이나 연락이 안 됐으면 무슨 일 생긴 건 아닌지 걱정되지도 않아요? 쯧쯧...”
이때 이도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발신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대뜸 큰소리로 외쳤다.
“아이고, 내 번호는 아직 기억하네? 차라리 밖에서 확 죽어버리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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