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첫사랑에게 신장을 빼앗겼다제1화
이 화는 약 1837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남편의 첫사랑이 급성 신부전에 걸렸다.
그리고 그녀와 이식 적합 판정을 받은 사람은 나뿐이었다.
그 여자를 살리기 위해 남편은 임신 6개월 차인 내게 아이를 지우라고 강요했다.
그는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조금만 착하게 굴면 안 돼? 넌 아이 하나를 잃을 뿐이지만, 유나는 목숨을 잃는 거잖아.”
나는 끝까지 거부했지만 그는 죽어버리겠다며 나를 몰아붙였다.
결국 수술대 위에서 나와 아이는 함께 목숨을 잃었다.
남편의 첫사랑은 신장 이식에 성공해 살아남았다.
모든 일이 분명 그가 원한 대로 됐는데 막상 내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남편은 무너져 내렸다.
* * *
죽은 뒤, 내 영혼은 몸에서 빠져나와 허공을 떠돌았다.
미처 봉합하지도 못한 배, 신장 하나만 남은 몸, 그리고 옆에 놓인 이미 사람의 형태를 갖춘 아이까지.
내 상태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몸은 흰 천에 완전히 덮였고, 시신은 수술실 밖으로 옮겨졌다.
그때 보였다.
내 남편 방지훈이 다른 수술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내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초조함과 걱정이 가득했다.
내 시신이 방지훈 곁을 지나갔지만 그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내가 대체 뭘 기대했던 걸까. 그가 걱정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는데.
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자 방지훈이 잽싸게 달려갔다.
“선생님, 유나는요? 괜찮습니까?”
“신장 이식 수술은 아주 잘 끝났습니다. 마취에서 깨면 면회하셔도 됩니다.”
의사는 환하게 웃으며 좋은 소식을 전했고, 방지훈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병실 안에서 장유나는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방지훈은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다가가 장유나의 손을 꼭 붙잡았다.
“유나야, 많이 힘들었지.”
“난 괜찮아.”
장유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방지훈의 뺨을 쓰다듬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지훈아, 여기 있으면 안 되잖아. 서연이 곁에 있어 줘야지. 나, 서연이한테 너무 미안해.”
말을 마치자 눈물이 장유나의 뺨을 타고 흘렀다.
방지훈이 곧바로 말을 끊었다.
“이 와중에도 서연이 걱정을 해? 그 독한 여자만 아니었어도 네 수술이 이렇게까지 늦어지진 않았어. 다 허서연 때문이야. 괜히 너만 더 고생했잖아.”
방지훈의 목소리에는 짜증과 원망이 가득했다.
나는 숨이 턱 막혔고 심장이 꽉 조이는 듯 아팠다.
허서연. 방지훈이 말한 그 독한 여자, 바로 나였다.
사람은 죽을 때 지난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
하지만 서로를 꼭 끌어안은 두 사람을 직접 보고 있자니, 내 머릿속에는 방지훈에게 떠밀리듯 수술대에 올라갔을 때의 두려움과 끝없는 고통만이 떠올랐다.
그날 방지훈은 내 손목을 움켜쥐고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말했다.
“허서연, 맹세할게. 네가 유나를 살려 주기만 하면 앞으로는 너랑 제대로 살아볼게. 안 그러면 유나가 죽으면 나도 죽을 거야.”
말은 부탁이었지만 실상은 협박이었다.
부모님은 돌아가시면서 내게 많은 재산을 남기지 못했다.
회사에는 빚만 잔뜩 남아 있었고, 그 빚을 대신 갚아 준 게 방지훈의 집안이었다.
그 집에서 나를 거둬 준 순간부터 내 목숨은 방지훈의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방지훈이 정말 죽을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한마디 협박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이 남자를 5년 동안 사랑했다.
결국 마음이 약해진 나는 우리 아이를 지우고, 내 신장을 장유나에게 이식해 주기로 했다.
이 일만 끝나면 정말 나와 제대로 살아 줄 거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수술 중 과다출혈이라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고, 의료진은 가족에게 수없이 연락했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의식이 흐려지는 와중에 누군가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나는 절망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지금, 내 시신은 차가운 영안실에 누워 있지만 방지훈은 여전히 첫사랑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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