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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 네 부서진 왕관을 원하지 않아제3화

이 화는 약 1902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 후 보름 동안 연우는 단 한 번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거실에 놓여 있던 리시안셔스 꽃다발은 완전히 말라비틀어져 바닥에 지저분하게 흩어졌지만, 나는 그것을 치우지 않았다.

다시 그의 소식을 접한 것은 텔레비전 뉴스 채널에서 송출된 서그룹의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서였다.

카메라 앞에 선 연우는 맞춤 정장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채 꼿꼿이 서 있었다.

그 정장은 옛날 약혼식 날을 위해 내가 손수 고른 디자인이었다.

그때는 거추장스럽다며 입기 싫어하던 옷이었는데, 지금 그는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채원의 손을 잡은 채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었다.

"5년 전 저와 남채원 씨 사이에 오해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다음 달,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식장에서 제 아내를 위한 뒤늦은 결혼식을 올릴 예정입니다."

회장이 술렁였다. 안면이 있는 한 기자가 용기를 내어 질문을 던졌다.

"서 대표님, 그렇다면 이전에 보도되었던 임가은 씨와의 결혼 발표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 순간, 연우의 입가에서 미소가 깨끗이 사라졌다.

그는 완벽하게 선을 그으며, 지독하게 냉담한 시선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임가은 씨는 제가 아이를 몹시 바란다는 점을 악용해, 서 씨 가문의 며느리 자리를 차지하려 임신 진단서를 위조했습니다."

"제 곁에 그런 영악하고 꿍꿍이가 가득한 여자를 둘 수는 없습니다."

나는 조용히 소파에 앉아, 아이에게 신길 작고 부드러운 노란색 양말을 뜨개질하고 있었다.

그때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어머니의 억눌린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가은아, 부잣집 시집살이는 바늘을 삼키는 것과 같다더니..."

"엄마는 네가 부자로 사는 걸 바라지 않아. 제발 남들한테 손가락질받으며 뼈가 닳는 짓은 하지 마라."

순간 손끝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대바늘이 손가락을 찔렀고, 붉은 피 한 방울이 부드러운 레몬빛 털실 위에 떨어져 붉게 번졌다.

나는 애써 덤덤한 목소리로 어머니를 위로한 뒤 전화를 끊었다.

깊은 피로감이 몰려와 몸을 일으켜 화장대 앞으로 걸어갔다. 서랍 가장 깊숙한 곳을 열었다.

5년 전에 서명했던 스폰서 계약서 옆에는, 3개월 된 태아의 초음파 사진이 조용히 놓여 있었다.

사진 속의 아주 작은 음영은 심장박동을 내고 있었고, 제법 척추의 윤곽까지 희미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날 오후, 나는 마스크를 쓴 채 서그룹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립 병원으로 향했다.

산부인과 과장은 단번에 나를 알아보고 깍듯이 대했다.

그러나 내가 내민 중절 수술 동의서를 확인하는 순간 그녀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다급히 책상 위의 유선 전화를 붙잡았다.

"임가은 씨, 이 건은 제가 먼저 서 대표님께 보고를 드려야..."

나는 수화기를 누르고 있는 그녀의 손 위에 내 손을 얹으며, 힘없이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남자만 뒤에서 딴주머니 차라는 법 있나요? 여자라고 그러지 말란 법 없잖아요."

"전화하지 마세요. 그 사람 아이 아니니까."

의사는 미친 사람이라도 보듯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재벌가의 치명적인 스캔들이라 지레짐작한 그녀는, 더 묻지 않고 서둘러 서류에 사인을 마쳤다.

나는 서류를 챙겨 수술실로 걸어 들어갔다.

차가운 침대에 누워, 동의서 맨 밑바닥에 내 이름 석 자를 적어 내려갔다.

상실이란 언제나 양방향으로 흐르는 법이다.

서연우가 미련 없이 버린 자식이라면, 나 또한 그보다 더 모질게 털어낼 수 있었다.

두 시간 후,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병원 문을 나섰다.

이른 봄의 살랑이는 바람이 한강 유역을 스쳐 지나갔다.

출렁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사라진 듯 믿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혼잡한 거리 한복판에 서서, 나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해외의 옛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람이 내 목소리를 흩뜨려 놓았다.

"나한테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 줘. 최대한 빨리."

"평생, 서연우가 날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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