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음 창고에 갇혔다제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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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을 뿐인데, 그 일로 남편의 소꿉친구가 감기에 걸렸다.
분노한 남편은 사람을 시켜서 임신한 나를 그대로 얼음 창고에 가둬 버렸다.
“네가 내 아이를 가졌다고 해서 아연이한테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마.”
“아연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리면, 네가 백 배로 갚게 만들 거야!”
추위에 온몸을 떨던 나는 울면서 남편에게 머리를 조아려 잘못을 빌었다.
앞으로는 반드시 손아연을 잘 보살피며 속죄하겠다고, 다시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하지만 남편은 차가운 얼굴로 사람들에게 얼음 창고의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
이 정도로 혹독한 벌을 줘야 내가 뼈저리게 잘못을 깨달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갔다.
남편의 소꿉친구 손아연의 감기가 다 낫고 나서야, 비로소 얼음 창고에 가둬 둔 나를 떠올렸다.
“여희진, 이제 정말 잘못을 뉘우쳤어? 당장 아연이한테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겠다고 약속하면 널 풀어줄게.”
하지만 남편은 몰랐다.
얼음 창고에 갇힌 나는 이미 온몸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는 것을.
남편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던 아이 역시 이미 숨이 끊어져서, 생명의 기운도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 * *
“여희진은 대체 무슨 속셈인 거야? 아연이가 몸이 약한 걸 뻔히 알면서 창문을 열어 감기까지 걸리게 만들다니, 분명 아연이를 해치려고 작정한 거야!”
육승훈은 체온계를 값비싼 캐시미어 카펫 위에 내던졌다.
체온계가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육승훈의 눈에 서린 살기가 거실 전체를 짓눌렀다.
곁에 있던 가사도우미들은 겁에 질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벽 쪽에 웅크리고 있었다.
집사 강철수가 용기를 내 한 걸음 나서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사모님은 그저 방이 답답해서 창문을 열어 환기하신 것뿐입니다.”
“그날 바람도 그렇게 세지 않았고, 아연 씨가 밤에 이불을 제대로 안 덮으셔서 그랬을 수도...”
“닥쳐!”
육승훈이 강철수의 말을 매섭게 끊었다.
육승훈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너도 그 여자를 편드는 거야? 아연이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서 바람을 쐬면 안 되는데, 여희진이 시집온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모를 리가 없어!”
“그 여자는 내 마음속에서 아연이가 차지한 자리를 질투해서 일부러 이런 짓을 벌인 거라고!”
육승훈이 말하는 ‘아연이’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 손아연이었다.
육승훈의 마음속에서 손아연은 다정하고 선량하며, 나약해서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존재였다.
평생 육승훈이 지켜줘야 할 보석 같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저 가문 간의 정략결혼으로 육승훈에게 억지로 떠맡겨진 아내일 뿐, 그저 사모님이라는 이름만 차지한 불필요한 여자였다.
“그 여자를 데려와!”
육승훈의 목소리에는 한 점 온기도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경호원 두 명에게 끌려와서 거실로 들어왔다.
임신 5개월이라 배도 제법 불러 있었다.
헐렁한 임부복으로도 볼록하게 나온 배를 감출 수는 없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해명했다.
“승훈아,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정말 그냥 방이 답답해서 창문을 좀 열었을 뿐이야. 아연이가 감기에 걸릴 줄은 몰랐어...”
“몰랐다고?”
육승훈이 비웃으며 한 걸음씩 다가왔다.
육승훈은 내려다보며 눈에 가득 찬 혐오감을 숨기지 않았다.
“네가 내 아이를 가졌다고 해서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내 눈에는 너는 아연이의 머리카락 한 올만도 못해.”
“아연이가 지금 침대에 누워서 저렇게 고생하고 있으니, 너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해!”
나는 겁에 질려 온몸이 떨렸다.
무의식 중에 배를 감싸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잘못했어. 다시는 창문 안 열게. 앞으로는 내가 아연이 잘 돌볼게. 제발 아이를 봐서라도 이번 한 번만 용서해줘...”
“용서해 달라고?”
육승훈은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소리를 들은 듯했다.
“아연이가 당한 고통을 너는 백 배로 갚아야 해. 이 여자를 뒷산 얼음 창고에 묶어둬. 아연이가 나을 때까지 절대 꺼내지 마!”
“안 돼!
나는 공포에 질려서 비명을 질렀다.
얼음 창고는 1년 내내 영하 10도대의 추위가 이어지는 곳이었다.
임신한 몸으로 그런 추위를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
“얼음 창고는 너무 추워. 나 얼어 죽을 거야. 아이도 잃게 될 거야! 제발, 다른 벌을 줘. 뭐든지 할게!”
하지만 육승훈은 내 애원을 듣지 않고 경호원에게 명령을 내렸다.
“당장 실행해. 감싸는 놈이 있으면 같이 처리해!”
경호원들은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나를 끌고 뒷산의 얼음 창고로 향했다.
나는 육승훈의 차가운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결혼한 지 1년, 내가 진심으로 대하면 언젠가는 육승훈의 마음도 녹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야 알았다.
육승훈의 마음속에서 나와 아이는 손아연의 발톱의 때만도 못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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