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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면 새로운 계절이 온다제2화

이 화는 약 2250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다음 날, 소지윤은 아들을 낳았다.

주영훈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채 기어이 SNS에 글까지 올렸다.

[10시간의 진통 끝에 무사히 태어난 우리 아이. 지윤아, 고생 많았어.]

사진 속 소지윤은 병상에 누워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있었다.

서유리는 그 사진을 바라보다 헛웃음이 나왔다.

벌써부터 SNS에 소지윤의 존재를 당당하게 공개하다니.

그다음은 뭘까?

내연녀에게 본처 자리라도 내어주라고 할 작정인가?

서유리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주영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 어디야? 우리 얘기 좀 해.]

“그래.”

마침 서유리도 이혼 이야기를 꺼내려던 참이었다.

서유리는 곧장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에 채 다가가기도 전에, 회사 직원들이 양손 가득 출산 선물을 들고 소지윤의 병실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소 비서가 벌써 아이를 낳을 줄은 몰랐네.”

“놀랄 게 뭐 있어. 원래 임신 9개월이었잖아. 내가 놀란 건 그 애가 대표님 애라는 거지. 사모님도 이 사실을 아시려나?”

“당연히 알겠지? 모르면 바보지! 예전에 대표님이 갑자기 사모님을 집에서 쉬게 하고 비서를 바꾼 게 다 소 비서 곁에 두려고 한 거잖아.”

“갓 졸업한 예쁘장한 여대생인데, 나 같아도 넘어가겠네.”

“대표님도 참 대단해. 낮에는 회사에서 즐기고, 밤에는 집에 가서 또 즐기고. 두 여자를 번갈아 가며 아주...”

“그거 알아? 나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어. 대표실하고 탕비실에서,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엄청 화끈하게 놀더라고.”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이따 들어가서 다들 입조심이나 해.”

직원들은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에는 서유리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주영훈은 훨씬 전부터 소지윤과 그런 관계였다.

‘회사 직원들까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나 혼자만 모르고 있었다니.’

서유리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서유리는 꽉 쥔 주먹을 펴고 병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

병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서유리를 보자 모두 안색이 변했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 있던 소지윤만은 서유리를 보자 오히려 반가운 듯 미소를 지었다.

“어머, 사모님. 놀라셨죠? 죄송해요. 그래도 우리 아기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이 아이, 사모님이 새엄마가 되어주시면 안 될까요?”

“나중에 사모님 아기도 태어나면 둘이 의지도 되고, 친형제처럼 지내면 얼마나 좋아요.”

그 말에 서유리는 하마터면 헛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이런 황당한 일이 다 있나 싶었다.

“나더러 오라고 한 이유가 뭐야?”

“좀 진정했어?”

주영훈이 서유리 앞으로 다가오며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도 말했지만 이건 정말 사고였어. 그날 연회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지윤이를 당신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야.”

“그리고 아이가 생겼는데, 내가 모른 척할 순 없잖아.”

“내 진심을 믿어 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야. 내 아내 자리는 영원히 당신 거라고 약속할게.”

“내가 그깟 아내 자리 하나가 탐나서 당신 곁에 있는 줄 알아?”

서유리가 차가운 시선으로 주영훈을 바라봤다.

주영훈은 아직도 서유리의 진짜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저 평범한 집안에서 자라서 자신의 회사에 입사했고, 대표인 자신을 우러러보다 감지덕지 결혼한 줄로만 알고 있었다.

서유리가 자기 덕분에 사모님 소리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지난 몇 년간 주영훈이 쌓은 인맥과 확보한 자원은 모두 서유리가 오빠에게 부탁해 연결해준 것들이었다.

서지호는 서유리가 아이를 낳는 날 귀국해서 주영훈을 만나보고, 국내의 대형 프로젝트들을 모조리 주영훈에게 넘겨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제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아이는 태어나지 않을 것이고, 주영훈이라는 남자도 더는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그럼 대체 뭘 바라는 건데?”

인내심이 바닥난 주영훈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오늘 같은 좋은 날에 당신하고 싸우고 싶지 않아.”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간호사가 들어왔다.

“주영훈 보호자님, 소지윤 산모님. 아기 출생증명서 발급하셔야 하니까 원무과로 내려가 주세요.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도 안내해 드릴게요.”

간호사가 말을 마치고 나가자마자, 소지윤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흑흑...”

“왜 그래?”

주영훈이 당황하며 다가가자, 소지윤은 아예 소리 내어 서럽게 울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남들이 우리 아기를 사생아라고 손가락질할까 봐 무서워서 그래.”

“출생증명서도 발급받고 출생신고도 해야 하는데 남들 보는 눈도 있고….”

소지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영훈이 고개를 돌려 서유리를 쳐다보았다.

“여보, 지윤이 아이가 먼저 태어났잖아. 그러니까 일단 우리 먼저 이혼하자. 그리고 나중에 당신 아이가 태어나면, 그때 다시 재혼하는 거야.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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