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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석, 나는 이 집을 버렸다제1화

이 화는 약 2539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추석 연휴를 맞아 퇴근하기 직전, 여동생이 가족 단톡방에 이사한 집 주소라며 새 주소를 올렸다.

나는 그 주소를 따라서 버스를 무려 5번이나 갈아타면서 찾아갔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건 황량한 산과 잡목 숲뿐이었다.

그때 전화기 너머에서 여동생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빙고! 장난 성공! 마지막 버스도 떠났으니, 이제 어떡할래?]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지만, 부모님은 배를 잡고 웃으셨다.

[그런 말도 믿다니. 저 멍청한 꼴은 대체 누굴 닮은 건지 모르겠네.]

[우린 추석에 가족끼리 밥 먹을 거니까, 너는 알아서 걸어와.]

그러고는 내가 누구를 더 닮았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했다.

절망한 순간, 나는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휴대폰으로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또 익숙한 배경음이 들려왔다.

남자친구의 비웃음이 가볍게 흘러나왔다.

[지아야, 방금 네 부모님한테 다 들었어. 그냥 혼자 돌아오라고 하시던데.]

[처음 당하는 장난도 아닌데, 이제 와서 예민하게 굴지 마.]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는 무정하게 끊겼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울면서 다시 전화를 걸어 집에 데려다 달라고 애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멀리 보이는 집집마다의 불빛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지쳐버렸다.

여동생은 추석마다 장난을 치는 걸 좋아했고, 온 가족은 늘 그 장난에 맞장구를 쳤다.

재작년에는 복숭아털을 물컵에 넣어서 내가 천식 발작을 일으키게 했다.

작년에는 샴푸를 제모크림으로 바꿔 놓아서 내 면접을 망쳤다.

올해는... 가족 모두가 내가 어둠을 무서워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여동생과 짜고 나를 속여서 교외로 보냈다.

그리고 가족들은 식탁에 앉아서 내가 몇 분 만에 애원할지 내기를 걸고 있었다.

나는 울지도, 떼를 쓰지도 않았다.

어둠 속에서 집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이 장난은 여기서 끝이다.

나 혼자서라도 끝내기로 했다.

* * *

사방은 칠흑같이 어두워서 손을 뻗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 모니터링 화면에는 가족들이 식탁을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식탁 한가운데에는 핸드폰 4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내가 몇 분도 버티지 못하고 전화를 걸어서 살려 달라고 빌 거라고 내기를 하는 중이었다.

여동생 하지연이 단호하게 말했다.

[1분.]

10살 추석때, 하지연은 내가 키우던 강아지에게 독을 먹였다.

나는 울부짖으며 항복하고, 부모님 방으로 뛰어 들어가서 강아지를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다.

내가 울부짖으며 난리를 치는데도 부모님은 그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지연이 너랑 장난 좀 친 거야. 개가 죽으면 또 한 마리 사주면 되지.”

강아지는 내 품 안에서 경련하다가 결국 숨이 끊어졌다.

정확히 1분이었다.

그날 이후 부모님이 사주겠다고 했던 새 강아지는 아무도 다시 입에 올리지 않았다.

부모님은 망설임 없이 입을 모아 말했다.

[5분.]

가족과 함께 먹었던 유일한 추석 식사 자리에서, 하지연은 내 콜라를 농약으로 바꿔치기했다.

나는 배를 움켜쥔 채 바닥을 뒹굴다가 5분 만에 결국 살려 달라고 빌었다.

그날 나는 병원에서 위세척을 했고, 가족은 C시로 달구경을 갔다.

그 후로 나는 하지연의 장난이 두려워서 가족과 추석을 함께 보내지 않았다.

주호민은 그런 나를 안쓰러워하며, 바쁜 업무에도 매년 휴가를 내서 나와 함께해 주었다.

그런데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주호민이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는 듯 벌떡 일어나더니, 외투를 집어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주호민에게 위치를 전송하려던 순간, 그의 발걸음이 문 앞에서 멈췄다.

주호민은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보더니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지아가 오늘 밤 절대 전화해서 살려달라고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저 교외 지역의 통신 기지국은 우리 회사 관할이거든.]

[내가 방금 비서한테 점검 공지를 내리라고 했어. 오늘 자정이 지나면 지아가 있는 지역은 신호가 완전히 끊길 거야.]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놀라움과 기쁨에 들뜬 하지연이 달려와서 주호민을 껴안았다.

[그래서 오빠가 굳이 장소를 교외로 바꾸자고 한 거구나.]

[역시 오빠는 최고의 장난 전문가라니까!]

예전의 주호민은 내가 이 지역 근처에 오는 것조차 싫어했다.

주호민은 이곳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서 노숙자도 많고 들개도 있어서 위험하다고 했다.

내가 위험한 일을 당할까 봐 걱정이 된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지금, 주호민은 하지연의 장난 게임에 맞춰주기 위해서, 나를 이곳에 밤새 내버려두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가족들은 장난 게임에 든든한 조력자가 한 명 더 생겼다며 환호했고, 서로를 끌어안고 기뻐했다.

내 마음속 마지막 기대마저 완전히 사라졌다.

핸드폰 신호가 아직 1분 정도 남아 있는 틈을 타서, 나는 사흘 뒤 밀라노로 장기 파견되는 근무 신청에 답장을 보냈다.

전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없다는 생각에 망설였다.

하지만 이런 가족은 내가 원하는 가족이 아니었다.

이 집까지도 나는 이제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

자정이 되자, 핸드폰은 신호 하나 잡히지 않는 벽돌이 되어버렸다.

나는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들고, 이를 악물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한참 걷다 보니, 이상하게도 더는 무섭지 않았다.

원래 사람은 의지할 곳이 없을 때 정말로 묘하게 용감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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