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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미망인의 결혼식 함정제1화

이 화는 약 3062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국가에서 주관하는 ‘백 인의 합동결혼식’ 날이다. 내 약혼자 민준과 나 역시 그 수많은 신랑 신부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이 거대한 예식을 통해 쉰 쌍의 부부가 동시에 혼인신고를 마치고 부부로서의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절차에 따라 신랑들은 아래층에서 ‘신부 맞이 게임’에 한창이었고, 신부들은 각자의 대기실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민준에게 작은 깜짝 이벤트를 해주고 싶은 마음에 몰래 방 창문을 넘어 빠져나왔다. 그가 가장 먼저 나를 찾아내길 바라며 구석진 소화전 뒤에 숨어 숨을 죽였다.

그때였다. 소화전 너머로 민준과 친구들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준아, 이건 좀 아니지 않아?” 한 친구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이거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공식 행사야. 이 틈을 타서 형수님이랑 혼인신고를 해버리면, 서희는 뭐가 돼? 전 국민 앞에서 망신 주는 거나 다름없다고.”

나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곧이어 들려온 민준의 목소리는 무심하리만큼 차분했다.

“어쩔 수 없어. 형수가 혼자 된 지 벌써 3년이야. 우리 부모님이 그 사람을 얼마나 구박했는지 너희도 알잖아. 내가 남편이 되어줘야만 형수가 우리 집안 사람으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어.”

“그럼 서희는? 서희랑은 결혼하기로 약속했잖아.”

“서희와는 지금까지 정신적인 사랑, 그게 전부였어. 우리 관계에 굳이 결혼식이나 서류 같은 건 필요 없어. 서희도 그깟 종이 한 장에 연연할 애는 아니야.”

또 다른 친구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잊었어? 서희, 예전에 네 형한테 차이고 강물에 뛰어들려던 거 네가 3년이나 공들여서 겨우 해방시켜 놓은 거잖아! 만약 자기가 사랑했던 남자한테, 그것도 똑같은 여자한테 두 번이나 남편을 뺏겼다는 걸 알면…… 걔 진짜 미쳐버릴지도 몰라.”

민준이 가볍게 그의 말을 잘랐다.

“합동결혼식이라 사람도 많고 정신없어. 신부들은 다 면사포를 쓰고 있잖아. 나중에 그냥 사람을 잘못 봤다고 둘러대면 그만이야. 누구도 따지지 않을 거야.”

그는 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

“그리고 너희도 알다시피, 내가 처음에 서희한테 접근했던 건 형수가 우리 형이랑 무사히 결혼할 수 있게 판을 깔아주기 위해서였어. 이제 형도 없으니, 내가 형수를 책임지는 게 도리야.”

민준은 냉담한 어조로 다른 친구 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너희는 302호실 앞에 가서 지키고 있어. 서희가 밖으로 나와서 방해하지 못하게 해. 현장에서 도장이 찍히고 생방송이 끝나면, 우리 부모님도 어쩌지 못하실 거야.”

그 모든 말을 듣고 난 뒤, 나는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소리 없이 나의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오늘 결혼식 단톡방에서 원래 형수와 매칭되었던 신랑을 찾아 메시지를 보냈다.

[302호실 신부입니다. 파트너가 바뀌었는데, 저랑 같이 입장하실래요?]

……

* * *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화면은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서희야, 얼른 문 막아야지! 민준 씨네 벌써 첫 번째 관문 통과했대!”

내 입꼬리가 미세하게 실룩였다. 웃음이라기보단 경련에 가까웠다.

절친한 친구인 나은이가 내가 움직이지 않자 내 팔을 붙들고 재촉했다.

“빨리빨리! 민준 씨네 팀 벌써 두 번째 미션 중이라니까. 곧 신부 데리러 올라올 텐데, 우리가 어떻게 골려줄까?”

“그럴 필요 없어.” 내가 그녀의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나은이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며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이 결혼, 안 할지도 몰라.”

나은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무슨 일 있어? 너희 둘, 이 합동결혼식 명단에 들려고 얼마나 애썼어? 그 어렵다는 신청까지 성공해놓고 이제 와서 왜 그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정말 애써서 얻어낸 기회였다.

3개월 전, 민준은 내 앞에 신청서 한 장을 내밀었다.

국가에서 주최하는 백 인의 합동결혼식.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법적인 부부가 되는 쇼케이스 같은 예식.

그는 이 명단에 들기 위해 이틀 밤을 꼬박 새워 광클을 했다고 했다.

평생 한 번뿐인 결혼인데, 가장 화려하고 특별하게 기억되고 싶다며 웃었다.

그때 나는 망설였다. 엄마가 막 중환자실로 옮겨졌기 때문이었다.

엄마의 평생 한은 젊은 시절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것이었다. 외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집안이 가난해 혼인신고만 하고 살았던 엄마.

엄마는 늘 내게 말했다. 딸을 낳으면 꼭 하얀 드레스를 입히고, 신랑 손에 내 손을 직접 쥐여주고 싶다고.

그 모습을 엄마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병실로 신청서를 들고 갔다. 신청서 하단에 적힌 작은 글씨가 마음에 걸렸다.

‘장소 협소로 인해 부모님의 신부 입장 동반은 생략됩니다.’

엄마는 괜찮다고 했다. 네가 결혼하는 걸 살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 몇 걸음이 무슨 대수냐며 나를 다독였다.

하지만 결혼식 식순을 넘겨보던 엄마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럼…… 네가 드레스 입고 문 열고 들어오는 모습은 아예 못 보는 거니?”

나는 참지 못하고 병원 복도에서 엉엉 울었다.

그날 밤, 나는 민준에게 물었다. “합동결혼식, 꼭 해야 할까?”

“그냥 작게 식을 올리자. 엄마가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내 손을 잡아줄 수 있게……”

민준은 나를 껴안으며 말했다.

“어렵게 구한 기회야. 서희야, 너무 고집 피우지 마. 합동결혼식은 생중계가 되잖아. 엄마도 병실에서 다 보실 수 있어. 똑같은 거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똑같지 않다고.

하지만 민준은 눈시울을 붉히며 정말 최고의 결혼식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고, 나는 그를 믿었다.

얼마 후 엄마의 병세가 악화되어 호흡기내과로 옮겨졌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정신이 맑았던 날,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엄마가 네 드레스 입은 모습, 직접 못 보겠구나.”

“아니야, 볼 수 있어. 휴대폰으로 생중계하니까 꼭 봐요, 알았지?”

엄마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오늘, 민준은 이렇게 말했다.

“서희와는 정신적인 사랑일 뿐이야. 결혼이라는 형식은 필요 없어. 서희는 그깟 증서 따위 신경 안 써.”

엄마는 병상에서 숨을 몰아쉬며 생중계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자신의 딸이 혼인신고서 한 장 받을 자격조차 없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복도에서 갑작스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묵직하고 차가운 소리였다.

나은이가 경계하며 문밖을 살폈다.

“이상하네. 들러리 친구들만 둘 있고, 민준 씨는 어디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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