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죽은 내가 화면에 나타났다제3화
이 화는 약 2670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 달달한 모습에 댓글에는 비명이 가득했다.
그러나 오직 서재에 서 있던 배정호만이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볼 뿐이었다.
“저 사람을 보고 싶다 하셨습니까?”
이에 나는 즉시 말을 바꿨다.
“저 사람의 국고를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배정호는 말이 없었지만, 하늘 댓글 창은 계속 지나갔다.
월진국 편의 끝은 자객의 습격이었다.
자객들이 강가의 정자 사방에서 몰려들었고, 서강호는 나를 감싸며 밖으로 물러났다.
나는 흰옷 차림이었고 눈 위의 흰 비단이 바람에 펄럭이며 소리를 냈다.
서강호는 나를 배에 밀어 올린 뒤 자신은 몸을 돌려 적과 싸웠다.
그렇게 하면 내가 목숨을 부지하러 달아날 걸로 여겼다.
하지만 나는 뒤편의 선창으로 돌아가서, 서령국에서 진작부터 매복시켜 둔 상단을 데리고 곡식을 가득 실은 배 세척과 황금 한 상자, 그리고 수운 금패 하나를 들고 튀었다.
떠나기 전, 나는 탁자 위에 차용증 한 장을 남겼다.
글씨는 아주 곱게 썼다.
[월진국의 돈을 잠시 빌립니다. 3년 안에 갑절로 갚겠습니다.]
그 차용증을 확인한 서강호는 차 한 잔 마시는 내내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런 뒤에 섬뜩하게 웃었다.
곁에 있던 내관들은 일제히 바닥에 납작 엎드려야 했다.
“좋아. 짐이 그 여자를 기억하겠습니다.”
영상이 여기까지 흘렀을 때, 월진국의 댓글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갑절? 삼 년이 지났어! 이자는!]
[왕께서 그 무렵 날마다 차용증을 보며 웃으시길래 나는 연서인 줄 알았어!]
[서령국 공주, 나와서 돈을 갚아라!]
나는 코끝만 만졌다.
돈은 갚을 것이지만 갚는 방식은 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를 뿐이었다.
이때, 배정호가 탁자를 두드렸다.
“곡식을 가득 실은 배 세 척은 어찌하였습니까?”
“한 척은 백성들의 구휼에, 한 척은 무기와 바꾸는 데, 다른 한 척은 서령국 전장의 밑천으로 썼습니다.”
“황금은 어찌했습니까?”
“국경에 곡식 창고를 7채 지었습니다.”
“수운 금패는요?”
나는 다시 소매를 눌렀다.
그 모습을 본 배정호의 미소는 한층 더 차가워졌다.
“그것도 공주께서 가지고 있나 봅니다.”
나는 목소리를 낮췄다.
“한군데 놔두는 게 편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제3막은 청운국 차례였다.
청운국의 세자 조윤헌은 네 채권자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자였다.
탁수철은 성미가 사납고 서강호는 머리를 잘 굴렸다.
그러나 조윤헌은 이 사람들과는 달랐다.
조윤헌은 몸이 성치 않아서 일 년 내내 안색이 창백했다. 기침만 해도 저세상으로 바로 실려 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병이 깊어갈수록 마음은 더 모질어졌다.
시스템이 내게 준 신분은 조윤헌의 곁을 지키는 호위무사의 대역이었다.
‘누구의 대역이지?’
아마 세상을 먼저 뜬 조윤헌의 첫사랑이었을 것이었다.
이 전개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시스템을 향해서 온갖 욕이란 욕을 다 퍼부었다.
“아니 당당한 서령국 공주인 내가 남의 대역이나 하라는 말입니까?”
시스템이 안내를 띄웠다.
“청운국에는 서령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약의 조제 비법과 군사 지도가 있습니다. 숙주님, 국면을 타개하도록 하세요.”
나는 어쩔 수 없이 국면을 타개해 나가야 했다.
나는 그렇게 청운국 동궁에서 가장 말이 없고 충직하면서도, 가장 칼을 잘 막는 호위무사 장형단이 되었다.
조윤헌은 내내 병약했지만, 동궁 안팎에는 온통 먹잇감을 노리는 늑대들이 가득했다.
나는 조윤헌을 대신해서 화살을 막았고 독을 가려냈다. 그리고 밤에는 담을 넘어 내의원에서 약의 조제 비법을 훔쳤다.
한번은 고열이 내리지 않았던 조윤헌이 내 소매를 붙들고 놓지 않았다.
“장형단.”
조윤헌의 목소리는 고열 때문에 잔뜩 쉬어 있었다.
“그대도 떠날 겁니까?”
그때 나는 막 청운국 세 곳의 국경지대 군사 지도를 옷깃에 꿰매 넣은 참이었다.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 되었으나, 나 역시 사람인지라 마음을 닫으려고 해도 쉬이 닫히지 않았다.
나는 결국 눈을 내리깔고 입을 열었다.
“저하께서 잘 살아 계신다면 저는 안 떠납니다.”
화면이 여기까지 흘렀을 때, 청운국 쪽은 이미 울음바다였다.
[장형단! 장형단!]
[세자 저하가 저 여자를 위해 가묘까지 세우셨다고!]
[머리가 아주 어질어질하네. 저 여자는 사기꾼이야? 아니면 목숨을 구한 은인이야?]
사실 둘 다였다.
나는 조윤헌을 구하기도 했지만 속이기도 했다.
청운국 편의 결말은 독살이었다.
나는 해독할 수 없는 독에 당한 척하고 숨이 간당간당한 모습으로 동궁 침상에 누워있었다.
조윤헌은 청운국의 비약을 한 병씩 내게 먹였다.
나는 약을 삼키면서 시스템에게 비약의 처방문을 훑게 했다.
처방문이 다 모이고 군사 지도까지 성 밖으로 보낸 뒤, 나는 조윤헌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날 조윤헌은 내 시신을 안은 채 피를 토하느라 손바닥이 피로 가득 물들 정도였다.
화면 속의 젊은 세자는 눈시울을 붉힌 채 섬뜩할 정도로 조용하게 말했다.
“명을 내리겠다. 호위무사 장형단은 세자빈의 예로 장사를 지내도록 하라.”
서재 안은 조용해졌다.
배정호는 물건이 어디 있느냐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청운국의 처방전은 서령국의 역병을 한 차례 구했고, 군사 지도는 서령국이 세 번이나 포위 학살을 당할 뻔했던 화를 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나는 화면속의 조윤헌을 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 사람의 몸은 지금 어떻습니까?”
배정호가 곁눈질로 슬쩍 쳐다봤다.
“아직도 마음에 두고 계십니까?”
나는 즉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서령국으로 빚 독촉을 하러 오다가 죽을까 봐 그러는 겁니다.”
배정호의 표정은 평온했다.
“안심하십시오. 이미 국경까지 왔다고 합니다.”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제는 정말로 안심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세로쓰기 표시 중: 본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크롤합니다(← → 키로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제4화는 공식 앱에서
본 사이트에서의 미리 읽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앱을 설치하고 아래 앱 코드를 입력하면 이 작품의 제4화부터 그대로 읽어 나갈 수 있습니다.
S51039- 아래 버튼에서 공식 앱을 설치합니다(무료).
- 앱을 열고 「코드 입력」에 이 코드를 넣으면 이 작품이 책장에 들어갑니다.
작품 페이지로 돌아가기 본 사이트에 게재된 것은 미리 읽기 장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