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함에 미친 엄마가 나를 죽였다제1화
이 화는 약 2004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내 영혼은 깃털처럼 가볍게 허공을 부유하며,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엄마, 미안해. 정말 거짓말이 아니었어. 이번만큼은 정말 버틸 수가 없었어.
남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죽기보다 싫다며, 내가 심한 빈혈이라는 걸 알면서도 엄마는 학교 단체 헌혈에 나를 억지로 밀어 넣었지.
바늘이 꽂히고 겨우 100ml쯤 빠져나갔을 때였을까.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가 깨질 듯이 어지러웠어.
나는 떨리는 손을 뻗어 간호사의 손목을 잡으려 했어. 더는 못 하겠다고, 제발 멈춰달라고 말하고 싶었지. 하지만 그녀는 내 손목을 거칠게 내리눌렀어.
간호사는 창백해진 내 얼굴을 비웃듯 쳐다보며 혐오감이 가득 섞인 말투로 쏘아붙였지.
“겨우 100ml 뽑고 엄살이야? 다른 학생들은 400ml씩 꼬박꼬박 채우고 가는데.”
그녀는 덧붙였어. “헌혈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데, 이렇게 꾀병 부리며 도망치려 하다니. 진짜 이기적이네. 이런 애들은 벌로 두 배는 뽑아야 해!”
옆에 서 있던 엄마는 얼음처럼 차가운 눈으로 나를 응시했어. 그 눈빛엔 실망만이 가득했지.
“서윤아, 내가 널 이렇게 가르쳤니? 남들 다 하는 걸 너만 유난 떨며 빠질 순 없어.”
심지어 엄마는 이렇게까지 말했어. “오늘 이거 400ml, 여기서 죽는 한이 있어도 다 채우고 나와!”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어. 심장이 터질 것처럼 날뛰는 게 느껴졌지.
세 번째 혈액 팩이 채워지기 시작할 때, 내 시야는 완전히 무너졌어. 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지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어.
* * *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듯한 질식감이 나를 옥죄었다. 눈앞이 암전되더니 몸이 헌혈용 침대 위로 꺾여 내려갔다.
몸이 비틀거리며 꽂혀 있던 바늘이 어긋났고, 관을 타고 피가 역류하기 시작했다.
채혈을 담당하던 간호사, 서희주는 짜증스럽게 나를 밀치며 바늘을 확 뽑아버렸다.
“피 뽑는 중인데 좀 가만히 있으면 안 돼요? 나보고 다시 찌르라는 거야, 뭐야?”
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녀의 눈에 노골적인 혐오가 스쳤다. 그녀는 바늘을 꽉 쥐더니 내 팔뚝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어머, 빗나갔네. 미안해서 어쩌나? 설마 화난 건 아니죠?”
희주는 내 팔이 피멍으로 얼룩질 때까지 고의로 서너 번을 더 찌르고 나서야 손을 멈췄다.
하지만 이미 나에게는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참 나, 독종이네. 단체 생활에 협조할 줄을 몰라요. 헌혈 좀 한다고 꾀병에 기절하는 척까지 하고.”
“고작 400ml잖아요. 다들 하는 건데 왜 너만 유난이야?”
희주는 고개를 까딱거리지도 않은 채 혈액 팩을 갈아 끼우며 중얼거렸다.
“정한나 처장님같이 훌륭한 분 밑에서 어떻게 저렇게 이기적이고 책임감 없는 딸이 나왔을까.”
내 뒤에 줄을 서 있던 동기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쟤 심한 빈혈이라던데, 진짜 죽은 거 아냐?”
“설마. 간호사가 저러는 거 보면 딱 봐도 연기지. 게다가 정 처장님이 자기 딸 얼마나 끔찍이 아끼시는데, 진짜 큰일이면 저렇게 가만히 계시겠어?”
아이들의 시선에는 멸시가 서렸다.
나는 허공에 뜬 채 불안하게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혐오스러운 벌레를 보듯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송서윤! 작작 하고 일어나. 동기들 다 보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럴 거야!”
나는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내 팔을 누르고 있던 희주의 손이 멈칫하더니, 엄마를 향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처장님, 얘가 이렇게 비협조적인데 계속할까요? 겨우 100ml 뽑았거든요. 다른 애들은 400ml 뽑아도 멀쩡한데 얘만 유독 이러네요.”
그녀는 덧붙였다. “아까는 저한테 자기가 처장님 딸이라고 협박까지 하더라고요. 다른 애들 피 뽑은 걸 자기 이름으로 올려달라고, 안 그러면 병원에 민원 넣겠대요. 그냥 이번엔 관둘까요?”
아니라고, 그런 적 없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엄마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내 허리를 구두 끝으로 강하게 걷어찼다.
이미 힘이 다 빠져 축 늘어져 있던 내 몸은 그 충격에 바닥으로 사정없이 고꾸라졌다.
“정말 실망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권력에 기대어 남을 괴롭히는 애가 된 거니?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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