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시 결혼식날 신부가 외도를 고백했다 · 제1화설정≡

결혼식날 신부가 외도를 고백했다제1화

이 화는 약 2093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반지 교환을 앞둔 찰나였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내 맞은편에 서 있던 지안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마치 오늘 날씨라도 이야기하듯 지극히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가장 친한 친구인 태윤과 바람을 피웠다고.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내 귀를 의심했지만, 지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네가 예복 피팅하러 갔을 때, 우리 바로 옆 칸에 있었어.”

죄책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말투였다.

“그때 태윤이가 신음 소리를 못 참아서 네가 어디 아프냐고 한참 걱정했잖아. 기억나?”

“실은 그때 나, 네 바로 옆에 서 있었어. 다리가 너무 떨려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지.”

지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음 송곳이 되어 내 심장에 박혔다. 전신의 혈액이 그대로 굳어버린 것 같았다. 몸이 딱딱하게 굳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하객석을 바라보았다. 태윤은 환하게 웃으며 와인잔을 치켜들고 내 이름을 크게 연호하고 있었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내 어깨를 두드리며 꼭 행복해야 한다고 웃던 놈이었다.

“아까 너 헤어 메이크업 받을 때도, 나 태윤이 무릎 위에 앉아 있었어.”

지안의 목소리가 다시 내 사고를 비집고 들어왔다.

“너무 긴장해서 실수로 걔 입술을 깨물어 버렸지 뭐야.”

그녀는 아직 손가락에 끼워지지 않은 결혼반지를 내려다보며 남의 일인 양 무심하게 덧붙였다.

“강준우, 할 말은 다 했어.”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그 어떤 동요도 없었다.

“이 결혼, 할지 말지는 네가 결정해.”

……

* * *

식장 안은 소름 끼칠 정도로 고요했다.

우리 엄마를 포함한 모든 하객이 아름다운 결말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는 행복의 눈물을 참으려는 듯 입을 틀어막고 계셨다. 하지만 나는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 채 그 자리에 박박 기듯 서 있을 뿐이었다.

‘왜… 하필 오늘이야?’

사지가 차갑게 식어갔다. 손에 든 반지가 수만 근의 무게로 나를 짓눌러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지안은 처참하게 무너진 나를 보며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듯 숨을 내뱉었다.

“태윤이 원망하지 마. 걔는 평생 너한테 비밀로 하자고 했으니까.”

“근데 준우야, 나 더는 숨기고 싶지 않아.”

“걔 한번 만나려고 너한테 구구절절 거짓말하고 보고하는 것도 지긋지긋해.”

“태윤이가 나랑 잘 때마다 죄책감 어린 표정 짓는 것도 보기 싫고.”

태윤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지안의 미간에 안타까움이 서렸다. 마치 나와 결혼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도 되는 양.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그녀는 설레서 잠이 안 온다며 이불 속에서 배시시 웃었었다.

‘준우야, 내가 진짜 네 아내가 된다니 꿈만 같아.’

그랬던 그녀가 이제는 빨리 결정하라며 짜증스럽게 나를 재촉하고 있었다.

“서지안, 이 파렴치한 년!”

나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반지를 그녀의 얼굴에 던져버렸다. 하객들의 비명 섞인 웅성거림을 뒤로하고 식장을 뛰쳐나갔다. 나의 갑작스러운 파혼에 모두가 경악했다.

뒤따라온 태윤이 내 팔을 붙잡았다.

“준우야! 갑자기 왜 그래!”

“지안이가 또 고집 피운 거야? 응?”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초조하고 화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의 목덜미에 선명하게 남은 키스 마크였다. 너무나도 강렬하고 치욕스러운 흔적.

기억난다. 그에게 썸 타는 여자가 생겼다고 했을 때, 내 첫 반응은 축복이었다. 그는 내 앞에서 대놓고 그 여자와 노골적인 통화를 하곤 했다. 심지어 하룻밤에 몇 번을 했는지 자랑까지 늘어놨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 상대가 지안일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조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임태윤, 내 여자랑 자니까 좋디?”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 찰나의 침묵이 모든 것이 사실임을 증명했다. 코끝이 시큰해지며 묻고 싶어졌다. 대체 왜냐고.

불과 세 시간 전, 신부 데리러 가기 게임을 할 때 누구보다 열심이었던 게 태윤이었다. 들러리들이 문을 막아서자 고민도 없이 몸을 던져 문을 부수고 들어와 기세등등하게 외쳤던 놈이다.

‘나 여기 있는 한, 내 형제 앞길 막는 놈은 다 죽음이야!’

‘너희 둘, 무조건 평생 행복해야 한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과 진실한 우정을 가졌다고 믿었다. 오늘이 내 인생 최고의 행복이 시작되는 날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그 모든 것이 추악한 풍자극이 되어버렸다.

세로쓰기 표시 중: 본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크롤합니다(← → 키로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