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녀는 내 목숨값을 치렀다제3화
이 화는 약 1454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가방에서 메모지를 꺼내 거침없이 글씨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종이를 찢어 언니의 손에 쥐여주었다.
"엄마 식사는 매끼 정해진 시간에 챙겨드려. 혈당 조절 약은 서재 두 번째 서랍에 있어."
"참, 지난번 신장 수술받으신 뒤로 밤에 최소 세 번은 깨서 화장실 가셔. 알람 맞춰두고 일어나서 부축해 드려. 밤에 어지럼증 있으시니까 꼭 옆에서 잡아드려야 해."
언니의 손이 바르르 떨리더니 안색이 사색이 되었다.
"이... 이걸 어떻게 다 해! 난 못 해, 이런 구질구질한 뒤치다꺼리 딱 질색이야!"
언니는 질색하며 메모지를 내게 다시 돌려주려 버둥거렸다. 마치 오물을 피하듯.
입안이 씁쓸해졌다. 나는 이 '구질구질한 뒤치다꺼리'를 무려 8년 동안 매일같이 해왔다.
8년 동안 단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었다. 엄마를 돌보기 위해 이직할 때도 무조건 출퇴근 시간이 10분 이내인 곳만 고집했다. 매끼를 챙겨야 했으니까. 3년 전 엄마가 신장 수술을 받았을 때는 한 달 동안 휴가를 내고 병간호를 하느라 승진 기회마저 날려 보냈다. 연애할 시간도 없어 서른이 다 되도록 혼자였다.
슬프게도, 내 모든 청춘을 바쳤음에도 물 한 컵 떠다 준 적 없는 언니보다 못한 존재였다는 사실이 뼈아팠다.
"모르면 배워야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겠어."
나는 메모지를 신발장 위에 올려두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 마치 지금 내 마음 같았다.
나는 곧장 회사로 가 나를 숨 막히게 하던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나를 스카웃하려 했던, 멀리 떨어진 서울의 유명 외국계 기업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답장은 금방 왔다.
[연우 씨 자리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언제든 환영합니다!]
이직을 확정 짓고 서울로 떠날 채비를 시작했다.
며칠 후, 4대 보험 전출 건으로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데 며칠 전 받았던 엄마의 건강검진 결과지가 모바일로 도착했다. 검진 결과란에 선명히 박힌 '췌장암'이라는 세 글자.
나는 멍하니 서 있다가, 결국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메일함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다. 나를 낳아준 어머니와 어렵게 찾은 내 인생의 시작점 사이에서 고통스럽게 갈등하며 마침내 집 앞에 섰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머뭇거리며 문을 열었을 때, 거실에는 낯선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엄마가 나를 보며 손짓했다.
"얘, 재개발 조합에서 가구원 확인하러 오셨단다. 마침 잘 왔다. 여기 서명하거라!"
내밀어진 종이 위에 적힌 '상속 분할 및 보상금 포기 각서'를 본 순간, 내 손에 들려 있던 펜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내가 멍한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자, 옆에 있던 언니가 비웃음을 터뜨렸다.
"너 아직도 몰랐어? 네 등본상 주소, 이미 8년 전에 시골 외삼촌 댁으로 이전됐어."
언니는 기고만장해져서 떠들었다.
"엄마가 선견지명이 있으셨지. 안 그랬으면 너 같은 불효녀가 또 우리 집 재산 탐냈을 거 아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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