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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제3화

이 화는 약 3141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지강산이 몸부림치는 허서령의 손목을 잡고 머리 위 벽에 고정시킨 뒤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키스를 퍼부었다.

참아왔던 눈물이 허서령의 감긴 눈꺼풀 사이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지강산은 멈출 기색이 전혀 없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허서령이 그의 아랫입술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

“윽.”

날카로운 통증에 지강산이 입술을 뗐다.

허서령이 기억하는 지강산은 언제나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이토록 사납게 구는 건 분명 그녀를 뼛속 깊이 증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생각에 허서령은 심장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

지강산이 허서령의 손을 놓아주지 않고 계속 짓눌렀다.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볼에 닿았다.

“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영원히 사라졌어야지.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지강산의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허서령의 가슴을 난도질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통증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알았어요.”

허서령이 울컥한 마음을 애써 누르며 간결하게 답했다.

오직 그녀만 알고 있었다. 지강산이 그녀의 세상에서 단 한순간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는 것을.

어린 시절 너무 눈부신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남은 생이 외로워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문득 알 것만 같았다.

지강산이 허서령을 놓아주더니 기다란 손가락으로 깨물린 입술을 쓱 닦아냈다. 그러고는 일말의 미련도 없다는 듯 돌아서서 비상계단을 나갔다.

허서령이 맥없이 벽을 타고 주저앉았다.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릿했고 입술 위에 지강산의 숨결이 남아 있었다. 다시 한번 심장이 부서져 내리는 고통에 한동안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비상계단에서 마음을 추스른 뒤 볼에 흐른 눈물을 닦아내고 휴대폰을 꺼내 심인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일이 생겨서 먼저 갈게. 미안한데 내 가방 좀 퀵으로 보내줘.]

메시지를 보낸 후 벽을 짚고 일어나 고개를 들어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다시 눈물을 훔쳤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다. 더는 지강산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인혜에게서 답장이 왔다.

[잘했어, 서령아. 지강산의 입술이 터진 거 봤어. 아주 격렬했나 본데? 잘했어.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는 건드려선 안 돼.]

허서령이 씁쓸하게 웃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심장이 텅 빈 것 같은 허망함을 안은 채 쓸쓸히 호텔을 떠났다.

...

밤이 깊어서야 모임이 끝이 났다.

한산한 대로변 위 노란 가로등 불빛이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지강산의 어두운 얼굴을 비췄다.

그의 입술에 생긴 상처가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술을 마시지 않은 소유하가 운전대를 잡았다. 핸들을 꽉 쥔 그녀의 손가락 끝에 서슬 퍼런 분노가 서려 있었다.

소유하가 지강산의 입술을 힐끗 보더니 화를 참지 못하고 쏘아붙였다.

“울심이 얼마나 큰데 하필 거기서 그 여자를 만나다니.”

지강산이 고개를 돌려 공허한 눈빛으로 창밖의 풍경을 내다봤다. 소유하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되물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소유하가 뜨끔했다.

“시욱 오빠한테 오빠가 어디 있는지 물어봤어.”

지강산이 엄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내 친구들 모임에 억지로 끼어들려 하지 마.”

“오빠, 허서령이 그 사람들이랑 아는 사이인 걸 알고 일부러 온 거야?”

짜증이 난 지강산이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별다른 반응이 없자 소유하가 말을 이어갔다.

“허서령 걔 오빠를 배신하고 떠난 년이야. 설마 아직도 미련이 남아서 다시 잘해볼 생각인 건 아니지?”

지강산이 차갑게 말했다.

“서령이가 나한테 어떻게 했든 그건 내 일이야. 네가 함부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던 소유하가 목소리를 높였다.

“오빠는 왜 아직도 걔 편을 들어? 그때 걔가 오빠한테...”

지강산이 말을 가로챘다.

“입 좀 다물래?”

그 말에 소유하도 더는 뭐라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소유하는 지강산이 허서령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불안을 떨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헤어질 당시 지강산이 울면서 무릎을 꿇었었고 이성을 잃고 무너졌었다.

허서령을 붙잡기 위해 늦가을 찬 바람이 불던 제산시의 빗속에서 일곱 시간을 꼬박 서 있다가 결국 실신해 병원에 실려 가기까지 했다.

허서령이 세상에서 가장 모진 말들을 쏟아내며 밀어내도 지강산은 계속 미친 듯이 매달렸었다.

결국 대학교 졸업 후 허서령이 모든 연락처를 바꾸고 제산시를 떠나고 나서야 두 사람의 지독했던 인연도 마침표를 찍었다.

...

“서령아, 우리 졸업하면 바로 결혼하자.”

“뭐가 그렇게 급해요?”

“사회에 나가면 유혹이 너무 많아. 우리 이쁜 서령이를 탐내는 놈들이 얼마나 많겠어.”

“걱정하지 말아요. 평생 강산 씨만 사랑할 거니까.”

“사랑한다면 나랑 결혼해줘. 마음을 놓게.”

“그래요. 졸업하면 바로 결혼해요.”

“결혼식은 어디서 하고 싶어?”

“난 바다가 좋아요. 햇살이 쬐는 모래사장 같은 곳에서 하고 싶어요.”

“네가 좋아하는 거면 나도 다 좋아. 그럼 우리 바닷가에서 결혼식 올리자.”

시끄러운 벨 소리에 허서령이 꿈에서 깨어났다.

암막 커튼 사이로 스며든 가느다란 햇살이 어두컴컴한 방 안을 비추고 있었다. 눈가가 축축한 걸 보니 또 과거의 꿈을 꾼 모양이었다.

휴대폰 화면에 진성호의 이름이 떴다. 허서령은 그 이름만 봐도 생리적인 거부감이 일었다.

몸을 일으켜 휴대폰을 귓가에 가져간 뒤 잠기운을 억눌렀다.

“병원비 낼 때가 됐으니까 얼른 병원으로 와.”

진성호의 말투가 무척이나 강압적이었다.

“알았어.”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다음 휴대폰을 던지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5년 전 허서령의 아버지가 진성호의 아버지 진병철을 때려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들어갔다.

그녀의 아버지는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며 누명을 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모든 증거와 증언이 아버지를 향했다. 게다가 사건 전날 아버지가 진병철과 크게 다투며 이런 폭언을 퍼부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내일 네놈의 목숨줄을 끊어버릴 거야.”

명확한 살인 동기로 인해 아버지는 결국 22년형과 1억 6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진병철의 치료비도 전부 부담해야 했다.

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아버지와 달리 진병철은 동네에서 악명이 자자한 건달이었다. 허서령은 아버지가 무죄라는 것을 단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허서령은 변호사가 되었다. 지난 몇 년간 재심을 청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조사하고 새로운 증거를 수집했다.

허서령은 반드시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주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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