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제3화
이 화는 약 3367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온세아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구형민이 그녀의 두 눈에 스친 실망감을 보고도 차갑게 말했다.
“미안한데 내가 여러 번 말했잖아. 결벽증이 있다고.”
온세아가 다급하게 말했다.
“하지만... 나...”
지금 그녀가 앓고 있는 병을 치료하려면 남자의 도움이 절실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냥 날 좀 도와준다고 생각해... 여보, 나 너무 힘들어...”
온세아가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애처롭게 바라봤다. 어느새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정말로 원했고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고 지워지지도 않았다.
구형민이 얼굴을 찌푸렸다. 온세아가 그의 앞에서 이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걸 질색했던 그가 싸늘하게 호통쳤다.
“그렇게 원하면 혼자 알아서 해결해.”
차갑고 경멸 가득한 한마디가 온세아의 마음속 가장 나약한 부분을 찔렀다.
온세아가 상처받든 말든 구형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갑게 경고했다.
“앞으로 내 앞에서 이렇게 입지 마.”
온세아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씁쓸한 감정이 마음속에서 점점 커져갔다. 남편은 여전히 그녀를 탐하지 않았다.
“알았어.”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낮게 대답했다.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한방 쓰지 말자.”
구형민이 또다시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온세아를 쳐다봤다. 온세아가 고개를 들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여보...”
‘나랑 각방을 쓰겠다는 말이야?’
“난 옆방에서 잘 거야. 앞으로 내 허락 없이는 내 방에 함부로 들어오지 마.”
구형민이 차갑게 경고를 날린 후 침대에서 내려와 미련 없이 침실을 나갔다.
온세아가 멍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온세아와 구형민이 결혼한 지 벌써 1년이었다. 성생활 부족과 구형민의 냉대 때문에 이런 병까지 걸리고 말았다.
하지만 남편 구형민은 온세아의 욕구를 채워줄 의사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별거하자고 제안했다. 온세아를 벼랑 끝으로 내몬 거나 마찬가지였다.
구형민이 나간 후 겨우 조금 온기가 돌았던 침실이 다시 지독하게 차가워졌다. 하지만 온세아 몸속의 열기는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았고 되레 활활 타올랐다.
구형민의 냉랭한 태도에 상처를 받은 바람에 증상이 또 도지고 말았다.
온세아는 몸이 이상할 정도로 괴로웠다. 욕구 불만이 극에 달했다.
“괴로워 미치겠어. 너무 하고 싶은데...”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머릿속에 오늘 진료실에서 봤던 그 남자 의사가 문득 떠올랐다.
‘맙소사.’
온세아가 고개를 힘껏 저었다.
‘그 남자 의사가 왜 떠오른 거지? 난 분명 결혼했고 남편도 있는데. 나도 모르게 다른 남자를 생각하다니. 언제부터 이렇게 대담하고 개방적으로 변한 거야?’
구형민은 온세아를 건드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금 남편이 있긴 하지만 없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온세아의 머릿속에 그 남자 의사가 또다시 떠올랐다. 특히 오늘 병원 앞에서 그녀에게 차에 타라고 했을 때 마스크 아래에 숨겨졌던 얼굴을 봤다.
‘엄청 잘생겼던데. 우리 남편보다도 더. 만약 그 남자랑 한다면...’
온세아가 끊임없이 펼쳐지는 나쁜 생각을 멈추려고 고개를 저었다. 구형민이 그녀를 건드리지 않더라도 다른 남자를 생각해서는 안 되었다.
이건 명백한 정신적 외도였다.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침대 옆 서랍을 열어 그것을 꺼냈다...
지난 1년 동안 구형민이 온세아를 거부할 때마다, 병이 도질 때마다 구형민을 생각하며 스스로 해결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조금 달랐다.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이 구형민이 아니라 놀랍게도 그 남자 의사였다.
...
한참이 지난 뒤 온세아가 정신을 차렸다. 입가에 물기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온몸의 기운이 다 빠진 듯했다.
그녀가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계속 이렇게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급하게 침대에서 내려와 가방을 열고 오늘 병원에서 처방받아 온 약을 꺼냈다.
침실에 따뜻한 물이 없어 물을 뜨러 아무 옷이나 걸치고 부엌으로 내려갔다.
구형민이 묵는 방을 지나던 그때 안에서 남자의 수상쩍은 신음이 들려왔다.
온세아는 더 이상 순진한 소녀가 아니었다. 이런 신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살짝 열린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어둑한 불빛 속에서 구형민이 침대 옆에 앉아 사진을 보면서...
그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거칠고 낮은 목소리로 계속 중얼거렸다.
“아정아, 내 와이프. 난 너만 원해... 너만 사랑해...”
쾅.
온세아는 순간 벼락을 맞은 것처럼 머리가 윙 했다.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정이? 새어머니의 딸? 온씨 가문의 큰딸 온아정을 말하는 거야?’
온세아의 아버지 온철환에게 아내가 두 명 있었다.
첫째 아내 심미란에게 딸 온아정이 있고 둘째 아내 성해연에게 아들 하나와 딸 하나가 있다.
아들 온석원이 온씨 가문의 유일한 아들이라 태어나자마자 첫째 아내 심미란에게 양아들로 보내졌다.
오직 사랑받지 못하는 막내딸인 온세아만 성해연의 옆에서 자랐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어머니 성해연에게 사랑받지 못했다.
성해연은 그녀보다 아들 온석원과 첫째 아내의 딸 온아정을 더 예뻐했다. 온세아의 혼사에 대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온철환과 심미란에게 모든 걸 맡겼다.
온세아가 구형민과 결혼하기 전에 직접 알아본 적이 있었다. 구형민이 온씨 가문의 딸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결혼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구형민이 좋아하는 사람이 그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건 온세아의 착각이었다.
구형민이 마음속에 품었던 사람은 사실 온세아의 언니 온아정이었다. 구형민이 혼외자라는 이유 때문에 온아정과 함께할 수 없어 차선책으로 온세아를 택한 것이었다.
결혼 후 구형민은 심각한 결벽증을 이유로 온세아와의 스킨십을 거부했다. 어리석게도 온세아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자신이 너무 순진했음을 깨달았다.
구형민은 스스로 해결할지언정 온세아를 단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다. 언니 온아정을 위해 순결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온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온아정을 좋아했다. 온철환은 그녀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보물처럼 여겼고 심미란과 성해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직 온세아만이 온씨 가문에서 가장 불필요한 존재였다. 아버지도, 새어머니도, 친어머니도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
결혼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구형민이 좋아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언니 온아정이었다.
온세아는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남편이 온아정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녀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것 같았다.
문득 결혼 전 구형민이 온씨 가문에 몇 번이고 찾아왔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다정하고 인내심이 있는 젠틀한 신사였다. 온씨 가문에 올 때마다 온세아에게 선물을 챙겨주곤 했다. 하여 구형민에 대한 인상이 아주 깊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가 온씨 가문에 온 이유가 온세아가 아니라 언니 온아정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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