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침대에 바쳐진 딸제1화
이 화는 약 2815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약혼자와 절친이 먹인 약 기운에 취해 연성 최고 재벌의 초호화 스위트룸에 억지로 끌려 들어가면서 나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집에 돌아왔네.”
약혼자는 내가 죽을 때가 되어 헛소리를 한다 여겼는지, 내 턱을 사정없이 쥐어틀었다.
“이 년아, 우리 회사의 생사가 이번 프로젝트에 걸려 있어!”
“하 회장한테 수년간 품어온 첫사랑이 있다는데, 네 얼굴이 딱 그 여자랑 닮았거든. 그러니까 고분고분 그분 기분 잘 맞춰드려. 프로젝트만 성사되면 너한테도 돈 몇 푼 던져줄 테니까!”
절친도 옆에서 입을 가리며 낄낄거렸다.
“맞아. 하 회장님을 모시는 건 네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받은 복이니까 주제도 모르고 튕기지 마.”
약효가 퍼지자 나는 금빛 문 너머로 사정없이 밀쳐졌다.
다만 가죽 소파에 기댄 채 차가운 냉소를 머금고 있는 나를 눈치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말하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대역을 장난감처럼 다룬다는 그 하 회장이, 사실은 내 친아빠였으니까.
오늘, 그들은 제 손으로 나를 아빠 품에 안겨 준 셈이었다.
그리고 내일이면 뼈저리게 깨닫게 될 것이다. 진짜 산지옥이 무엇인지를.
* * *
약 기운이 혈관을 타고 서서히 퍼져나가자 손가락 마디 하나 까딱하는 것조차 시큰거릴 만큼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억지로 눈꺼풀을 밀어 올리자 천장에 화려하게 금박을 입힌 붓꽃 문양이 시야에 들어왔다.
하씨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이었다.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내가 입었던 모든 최고급 맞춤 잠옷의 깃에는 늘 저 꽃이 수놓아져 있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탐욕에 찌든 고민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름아, 정보 확실해? 하진석이 오늘 밤 진짜 이 스위트룸으로 온대?”
절친이었던 소여름은 잔뜩 들뜬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기사한테 4천만이나 쥐여 주고 산 정보야. 밤 11시에 정확히 도착한댔어. 문 열자마자 자기 첫사랑이랑 똑같이 생긴 여자가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보면...”
그녀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다 차려진 밥상인데 안 먹고 배기겠어? 하 회장 기분만 잘 맞춰주면 성남의 2조짜리 프로젝트가 우리 차지가 될지도 몰라!”
문밖에서 끊이지 않는 두 사람의 낄낄거림을 들으며 나는 혀를 꽉 깨물었다.
순식간에 비릿한 피 맛이 목구멍을 타고 번졌다.
고민재의 다 쓰러져 가는 회사를 살리겠다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밤을 새웠고 소여름을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로 여겼다.
하지만 그 대가로 돌아온 건, 내 피땀 어린 돈으로 마련한 집에서 두 인간이 몸을 섞었다는 끔찍한 배신이었다.
그럼에도 모자라 이제는 나를 창녀 취급하며 가격표까지 매겨 남의 침대에 바치려 들고 있었다.
위장이 뒤틀리듯 끔찍한 경련이 일었다.
가죽 소파에 파고든 손톱이 그대로 부러졌지만, 그 고통은 속에서 들끓는 분노의 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저들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내 친아빠가 바로 하진석이라는 사실을.
과거 아빠가 무명 여배우와 바람을 피우자 엄마는 손목을 그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나는 그 길로 집을 뛰쳐나왔다.
그 후로 아빠와 나는 서로의 삶을 간섭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을 지키며 살아왔다.
아빠도 그저 내가 어디 가서 괄시라도 받을까 봐 내 통장에 끊임없이 돈을 넣어줬을 뿐이었다.
그래서 고민재와 소여름은 내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산이나 펑펑 쓰며 사는,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고아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토록 겁 없이 나를 거래의 볼모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들은 몰랐다. 아빠가 비록 여자를 밝히고 질 나쁜 인간일지언정, 제 핏줄 하나만큼은 끔찍하게 챙기는 사람이란 걸.
예전에 어떤 재벌 2세가 나를 말로 희롱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집안을 통째로 파산시켜 버린 사람이었다.
그런 아빠가 이 쓰레기 같은 두 인간에 의해 발가벗겨진 채 노리개처럼 자기 침대에 바쳐진 내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때가 되면 저들은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것조차 사치라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될 것이다.
“참!”
소여름이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하경 그룹 계약만 따내면 우리 결혼식도 올려야지. 다이아몬드 반지는 예전에 하연주가 마음에 들어 하면서도 돈 아까워서 못 샀던 그 모델로 하자.”
고민재가 사랑스럽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그래, 하연주를 팔아넘긴 돈으로 네 반지 사줄게.”
나는 미동도 없이 천장만 응시했다. 내 시선 끝에 맺힌 서늘한 살기가 당장이라도 얼음처럼 쏟아질 것 같았다.
정보는 정확했다. 오늘이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니 아빠는 틀림없이 이곳에 올 터였다.
엄마가 목숨을 끊었던 이 방을 그는 매년 찾아와 추모했으니까.
해마다 오늘이면 수많은 이들이 아빠에게 여자를 상납해 왔지만 올해의 그 ‘서프라이즈'는 하필 나였을 뿐이었다.
이내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고민재가 성큼성큼 다가와 내 머리채를 사정없이 움켜쥐었다.
두피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하연주, 날 탓하지는 마. 빽도 돈도 없이 천하게 팔려 가는 네 주제를 원망해야지. 오늘 밤 넌 하 회장님 손에 놀아나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분 기분만은 완벽하게 맞춰드려야 해!”
‘빽도 돈도 없다고?’
나는 기고만장한 그의 얼굴을 보며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
“고민재, 오늘 밤이 지나고도 네 목숨이 붙어 있길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어디서 감히 헛소리야!”
소여름이 성큼 나서며 내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귓가에 날카로운 이명이 찢어질 듯 울렸다.
“빨리 이년 옷 갈아입혀! 하 회장님께서 곧 오신단 말이야!”
소여름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내 겉옷을 갈기갈기 찢어발겼고는 몸이 훤히 비치는 얄팍한 반투명 슬립을 내게 억지로 쑤셔 입혔다.
“진짜 싸구려 창녀가 따로 없네.”
만족스러운 듯 내 뺨을 툭툭 치는 그녀를 뒤로하고, 나는 물침대 위에 엎드린 채 뼛속까지 파고드는 굴욕감을 삼키며 주먹을 꽉 쥐었다.
친딸을 발가벗겨서 친아버지의 침대에 바치다니, 참으로 듣도 보도 못한 미친 짓이었다.
세로쓰기 표시 중: 본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크롤합니다(← → 키로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