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가 죽어가고 있어요제2화
이 화는 약 2340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2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3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장태일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큰소리로 욕했다.
“X발.”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면서 장상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고마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장상혁이 전화를 받자마자 장태일이 큰소리로 말했다.
“장상혁,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든 당장 성세 병원으로 와!”
휴대전화 너머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는데 사람이 붐비는 곳에 있는 듯했다.
“형? 임하나 걔도 정말 대박이야. 이젠 형까지 끌어들여서 연기하게 해? 걔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게 놔둘 거지, 형까지 왜 나서서 이러는 건데? 진짜 바쁜 일이 있어서 같이 장난할 새가 없어. 내가 매번 지영이를 만날 때마다 집에 들어오라고 갖은 핑계를 대더라고. 근데 이번에는 형까지 불렀을 줄은 몰랐어. 어쩜 혼자서 아무것도 못 하는지, 참. 바쁘니까 이만 끊을게.”
장상혁은 장태일의 얘기도 듣지 않고 가차 없이 끊어버렸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장상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들려오는 건 딱딱한 기계음뿐이었다.
처음에 분노하던 장태일도 점점 무력해지면서 실망에 빠졌다. 결국 장상혁은 장태일의 번호마저 차단해버렸다.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장태일은 들려오는 기계음에 대고 냅다 욕설을 퍼부었다.
나는 두 손을 꼭 잡고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 사실은 자꾸만 저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었다.
데스크에 있던 간호사가 한숨을 내쉬면서 휴대전화를 나에게 건넸다.
“제 걸로 해요.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나는 휴대전화를 받고 감사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통화연결음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상혁이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나의 목소리를 듣더니 다짜고짜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대체 어쩌겠다는 거야?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내가 없으면 못 살아? 지금 네 목소리만 들어도 역겨워 죽겠어. 정말 너랑 한시도 같이 못 살겠으니까 돌아가면 당장 이혼해. 어리석은 년.”
그러고는 또 전화를 끊어버렸다. 조금 전까지 나를 동정하던 사람들이 이젠 하나같이 분노를 터트렸다.
“아들을 키워봤자 무슨 소용이에요? 위독한 아버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연녀랑 같이 있다는 게 말이 돼요?”
“정말 남자 망신을 다 시키네요. 퉤! 인간이 어쩜 저럴 수가 있는지.”
사람은 아무리 속상해도 옆에 아무도 없다면 혼자 참고 버틴다. 그런데 누가 조금이라도 걱정해준다면 참지 못하고 그동안 쌓였던 게 폭발하고 만다.
나는 왈칵 쏟아져나온 눈물을 손으로 닦았다. 아까부터 옆에서 지켜봤던 한 여자가 나에게 휴지와 명함 한 장을 건넸다.
명함을 확인해보니 이혼 전문 변호사 김아영이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휴지로 눈물을 닦은 다음 아무런 감정 변화도 드러내지 않고 명함을 옷 주머니에 넣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수술실 불이 드디어 꺼졌다.
의사가 수술실에서 나오면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마스크를 벗고는 나와 장태일에게 고개를 내저었다.
“환자분 연세도 많으신데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요. 최선을 다했지만 안타깝게도 사망하셨습니다.”
의사는 짧게 한마디만 하고는 그냥 가버렸다. 장승열의 장례식에 당연히 아들 장상혁이 상주여야 하지만 장태일은 절대 그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불효자식 같은 것. 걔는 큰아버지 아들이 될 자격이 없어요. 큰아버지가 그 짐승만도 못한 놈을 얼마나 예뻐하셨는데. 결국 배은망덕한 놈을 키우고 말았어요.”
장태일의 두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
그는 장씨 가문에서 배운 게 가장 많고 능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기에 그의 말에 반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와 장태일은 장례 서비스에 연락했다. 장상혁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우리 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오늘은 장승열의 발인 날이다. 다들 장승열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장상혁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하나, 당장 나와. 누가 이런 짓을 벌이라고 했어? 날 돌아오게 하려고 사람들이랑 같이 날 속여? 정말 대단하다, 너.”
장상혁을 본 순간 전생에 거의 죽어갈 때의 공포가 다시 나를 덮쳤다.
나는 장승열의 영정사진을 안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제발 좀 그만해. 그때 우리가 너한테 전화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 네가 뭐라고 했어? 내연녀랑 같이 있다면서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듣질 않았잖아. 근데 이제 와서 소란을 피워? 꺼져! 우리 집안에는 너처럼 짐승만도 못한 자식이 없으니까 꺼져!”
장태일이 이렇게 화내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형, 임하나가 형을 어떻게 홀렸길래 다 같이 날 속이는 건데? 안 돼. 아버지한테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임하나랑 이런 장난을 치는 건지 물어봐야겠어.”
장상혁은 장승열을 부르면서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장태일은 두 눈을 감고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장승열의 유골함을 빈소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장상혁을 장승열의 유골함 앞으로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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