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끝에서제1화
이 화는 약 1645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결혼한 지 5년이 되었지만, 심택승이는 애인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나에게 뱃속의 아이를 지우라고 강요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사회와 손을 잡고 내가 맡고 있던 부사장직에서 나를 내쫓으려 했다.
택승이는 강청아를 품에 안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말했다.
“이연서, 네가 말 잘 듣지 않으니 앞으로는 청아가 네 자리를 대신할 거야.”
난 택승이의 손을 뿌리치고 청아를 세차게 끌어당겨 머리카락을 잡고 고개를 들게 했다.
청아가 몸부림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힘껏 잡아당기며 말했다.
“자, 네가 도대체 누구의 여자인지 말해봐.”
* * *
택승이가 외도를 한 사실을 알아차린 그날, 난 집 안에 있는 물건을 모조리 부숴버렸다.
가정부는 안절부절못하며 계속해서 택승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심 대표님, 사모님이 또 집에서 난리를 치고 계세요.”
난 순간 멍해졌고 이내 카펫 위에 주저앉았다.
택승이가 돌아왔을 때는 얼굴에 깊은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
“연서야, 또 왜 그래?”
택승이는 나에게 말하면서 목에 걸린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택승이가 풀고 있던 넥타이를 보자, 난 잠시 혼란에 빠졌다.
아침에 출근할 때 내가 직접 묶어준 넥타이는 윈저 노트였다.
그런데 지금 택승이가 풀고 있는 것은 복잡한 소나무 매듭이었다.
이 매듭은 택승이의 전 비서, 청아만이 할 줄 아는 방식이었다.
청아는 비서였을 때도 일 처리가 서툴렀다.
하지만 택승이는 청아에게 아주 관대했다.
난 택승이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택승이는 나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연서야, 청아는 너랑 비슷하게 고집스러운 면이 있어.”
그 당시 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저 신입에게 기회를 더 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택승이가 청아를 언급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비록 청아가 자주 실수를 한다며 불평했지만 얼굴에는 은근한 애정이 묻어 있었다.
난 택승이와 크게 다퉜고, 청아를 해고하라고 요구했다.
택승이는 나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약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연서, 넌 언제나 이렇게 막무가내야.”
결국 택승이는 내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 순간 난 승리감에 도취하였다.
하지만 난 남자가 마음을 바꾸면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택승이는 회사에서 청아를 내보냈지만 침대로 데려가 현재까지 몰래 아끼고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차갑게 지켜보고 있었다.
꼭 바보처럼 말이다.
난 카펫 위에 앉아 고개를 들어 택승이를 바라보았다.
“청아가 퇴사한 후, 어디로 갔지?”
순간 택승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오늘 또 난리 치는 이유가 그딴 헛소리 때문이야?”
난 택승이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택승이의 분노 속에 숨겨진 불안함을 단번에 간파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난 받아둔 사진들을 하나씩 택승 앞에 펼쳐 놓았다.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택승이와 청아가 친밀하게 찍힌 모습이 분명히 담겨 있었다.
도저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난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지만, 몸이 떨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내가 계속해서 추궁하는데 택승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택승이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쉰 듯 갈라져 있었다.
“다 알고 있었네.”
택승이는 솔직하게 자신과 청아의 과거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마치 뻔한 드라마 속 클리셰 같았다.
처음에 택승이는 서툰 직장 신입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택승이가 많은 고난을 겪을 때마다 그 곁에는 늘 활기 넘치는 신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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