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딸의 유언제1화
이 화는 약 2304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내가 죽은 지 두 달 후, 부모님은 드디어 여행 돌아오는 길에 나를 잊은 걸 기억했다.
아버지는 짜증을 내며 눈살을 찌푸렸다.
“걸어서 돌아오라고 한 게 뭐가 대수라고 왜 이리 늦어?”
동생은 톡으로 나한테 득의양양한 이모티콘을 보내며 글을 보냈다.
[너 그냥 밖에서 죽어. 그럼 외할머니 재산은 나랑 서희 누나가 가지게 될 거니까.]
그러나 동생은 답장을 받지 못했다.
어머니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걔한테 말해, 외할머니의 생신 잔치에 제시간에 참석하면 서희를 일부러 물에 빠뜨린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지 않겠다고.”
그들은 내가 그 숲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땅을 파고 파서 결국 깊은 산속에서 내 백골을 찾았다.
* * *
연락이 안 되자 외할머니의 압박으로 가족은 마지못해 낡은 도심의 셋방 앞에 섰다.
진명호는 코를 막고 말했다.
“이 망할 년이 왜 이런 곳에 살고 있는 거야? 엄마, 아빠, 나 여기 들어가고 싶지 않아!”
“알았어, 알았어. 그럼 너희 둘은 먼저 돌아가 있어. 우리 둘이 들어갈 게.”
진서희는 애교를 부리며 어머니의 팔을 잡고 상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동생도 너무 철이 없어요. 전화도 안 받고, 톡도 안 읽고, 아빠, 엄마를 여기까지 오게 하다니.”
“나중에 만나면 제가 혼내줄 게요!”
어머니의 눈엔 원망이 스치면서 아버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으로 4층을 올라가 숨을 헐떡이며 그들은 401호 앞에 섰다.
문을 두드리자 웃통을 벗은 한 중년 남자가 와서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아버지는 그를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 딸과 무슨 사이야? 왜 여기서 살고 있어?”
어머니는 화가 나서 미친 듯이 안으로 들어갔다.
“진명희! 나와! 우리 몰래 남자랑 같이 살아?!”
그 말이 떨어지자 배가 불룩한 여자가 나왔다.
“혹시 잘못 찾은 거 아니에요? 우리는 여기 두 달 전부터 이사 왔어요.”
어머니는 귀찮다는 듯 눈을 흘기며 말했다.
“내 딸 진명희가 준 주소가 여기인데 어떻게 잘못될 수가 있죠?”
그 중년 남자는 어머니가 말을 듣지 않자 분노에 찬 목소리로 그녀를 밖으로 끌어냈다.
“꺼져, 꺼져, 자기 딸이 어디서 사는지도 몰라? 이거 부모 자격 없네!”
그 때 그 임신한 여자도 급히 덧붙였다.
“진명희가 전에 살던 사람인가요?”
“집주인이 말했는데 한 달 치 집세를 내지 않고 연락이 안 돼서 이 집을 저희한테 넘겨주었어요.”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사를 하면 말을 해야지, 헛걸음을 했잖아!”
두 사람이 성질을 부르며 떠나려던 참이었는데 집주인이 마침 돌아왔다.
부모님의 신분을 알게 된 집주인은 곧바로 집세를 요구했다.
“빨리 집세 갚으세요. 그리고 걔가 남긴 물건도 다 처리해 주시고요.”
부모님은 의심스러운 듯 남긴 내 물건을 보러 집주인을 따라갔다.
물건은 두 달 동안 방치된 채 먼지가 쌓여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자주 입던 옷을 알아보며 말했다.
“이건 걔가 입던 옷이 맞아.”
어머니는 이마를 찡그리며 말하였다.
“일부러 버리고 간 게 아니야? 우리가 치우게 이사 가면서 쓰레기는 버리고 간 것 같아.”
집주인은 더 이상 그 말들을 들을 수 없어 호의로 일깨워주었다.
“그게 다 쓰레기는 아니고, 자주 쓰던 물건들이에요. 사진첩도 있고, 증명서도 있잖아요. 애가 좋으니까 내가 다 남겨 둔 거예요.”
어머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창고 안은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다.
어머니는 코를 막고 밖으로 나가 바로 내 전화번호를 눌렀다.
계속 전화를 받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진명희, 그만 좀 해. 지금 네 셋방에 와 있어. 빨리 돌아와!”
어머니의 고압적인 목소리는 혐오감을 숨기지 않았다.
동생의 톡도 답하지 않았는데 그걸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어차피 진서희의 선동 덕분에 동생과 나는 원수의 사이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어머니의 남긴 메시지에도 답이 없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머니는 짜증을 내며 아버지에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 가자. 여기 사람 살 곳이 아니야!”
집주인은 그 말을 듣고 분노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이 물건들은 어떻게 할 건데요? 안 가져갈 거면 버릴 거예요.”
집주인은 이 사람들에게서 밀린 집세를 받지 못할 걸 알았다.
어머니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
이에 집주인은 너무 화가 나 바로 소리쳤다.
“이것도 부모라고, 딸이 2달 동안 연락이 없는데 걱정도 안 되세요?”
어머니는 냉소하며 대답했다.
“걔는 운이 좋아서 사고 안 나요!”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는 외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진명희 그 년을 왜 걱정하세요. 엄마 재산은 서희랑 명호에게 다 주면 되잖아, 걔는 신경 쓸 필요 없어.”
내 영혼은 그 옆에서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머니, 저야말로 어머니의 유일한 친딸인데 왜 나를 이렇게 미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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