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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제3화

이 화는 약 3367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고지후와 임채아를 본 순간 유소린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고 두 눈에 혐오감이 가득 드러났다.

유소린이 차갑게 말했다.

“이 바이올린 안 팝니다, 우리.”

임채아가 눈썹을 살짝 찡그리더니 유소린의 옆에 서 있는 하지율을 쳐다보았다.

청순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아담한 체구의 임채아와 달리 하지율은 단정하고 기품이 있었다.

전형적인 달걀형 얼굴에 눈썹과 눈매가 수려했고 아름다운 눈동자는 물결처럼 흔들렸는데 마치 미인도에서 튀어나온 고전적인 미녀처럼 기품이 우아했다.

하지율을 본 순간 임채아의 두 눈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녀는 재빨리 하지율에게 다가가 간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하지율 씨, 이 여름밤의 별이 혹시 지율 씨 친구의 건가요? 바이올린을 잠시 빌릴 수 있게 친구분한테 말 좀 잘해주면 안 될까요? 저랑 지후 이 바이올린 덕에 인연을 맺었거든요. 그때 제가 정원에서 연습하고 있었는데 지후가 제 연주 소리를 듣고 찾아왔고 그 후로 함께하게 되었어요... 지후는 제가 바이올린 켜는 걸 제일 좋아해요. 지율 씨, 제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마지막으로 노력해보고 싶어요.”

의도적인 건지 아닌지 임채아는 고개를 숙이고 목에 걸린 익숙한 목걸이를 보여주었다.

머리 위의 조명이 목걸이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

하지율은 눈을 찌푸렸다가 덤덤하게 말했다.

“이 세상에 죽는 사람이 매일 있어요. 그럼 제 앞에 나타난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을 제가 모두 맞춰주고 양보해야 하나요?”

이런 심한 말을 처음 들어본 듯 임채아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졌다. 눈물이 눈가에 고여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고지후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율, 겨우 바이올린 하나 가지고 이렇게까지 사람을 몰아세워야겠어? 원한다면 내가 하나 새로 사줄게.”

하지율이 그를 보며 말했다.

“그래. 겨우 바이올린 하나잖아. 채아 씨가 원하면 새로 하나 사줄 거지, 왜 하필 내 것을 가져가겠다는 건데?”

임채아가 옆에서 애원했다.

“지율 씨, 대체 어떻게 해야 빌려줄 건가요? 조건이 있다면 뭐든지 말해요.”

‘조건? 그래봤자 결국에는 지후 씨가 해결할 텐데.’

하지율은 소리 없는 미소를 지었다.

“채아 씨 우리 엄마가 남긴 물건을 아주 좋아하나 봐요? 우리 엄마 목걸이를 탐내더니 이젠 엄마의 바이올린까지 탐내는군요.”

임채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네요.”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임채아의 모습에 하지율은 속으로 싸늘하게 웃었다.

“이 여름밤의 별은 우리 엄마가 제게 남겨주신 거고 채아 씨가 목에 한 그 목걸이도 우리 엄마가 남겨주신 거예요.”

임채아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죄송해요. 이게 지율 씨 어머니의 물건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어젯밤에 윤택이가 목걸이가 든 선물 상자를 가져왔어요. 전 지후가 저한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인 줄 알고 그냥 했는데 지율 씨 어머니의 것이었다니...”

하지율이 가볍게 웃었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그만 돌려줄래요?”

임채아는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면서 입술을 가볍게 깨물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고지후를 쳐다보았다.

“지후야, 지율 씨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이 목걸이 지율 씨한테 양보하는 게 좋겠어. 사소한 일로 지율 씨의 기분을 상하게 해선 안 되잖아.”

‘양보?’

그녀는 돌려준다는 말 대신 양보라고 했다. 그 말인즉슨 이 목걸이가 하지율 어머니의 것이라 할지라도 그녀의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단지 하지율이 달라고 해서 마음이 넓은 그녀가 양보한다는 것이었다.

고지후는 하지율이 그를 협박하려고 이혼 얘기를 꺼냈다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기분이 언짢았는데 임채아가 이렇게 말한 순간 표정이 더욱 차가워졌다.

“그럴 필요 없어.”

그의 목소리는 맑고 깨끗했다.

“너한테 줬으니까 이젠 네 거야.”

“하지만...”

임채아가 뭐라 더 말하려던 그때 고지후가 말을 가로채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이미 준 건 다시 돌려줄 이유가 없어.”

임채아의 두 눈에 감동의 물결이 일렁거렸다.

하지율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채아 씨가 제 바이올린을 빌리고 싶다고 했죠? 좋아요. 지후 씨가 저한테 부탁하면 고려해 볼게요.”

임채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지후가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하지율, 적당히 해.”

그러자 하지율이 코웃음을 쳤다.

“난 지후 씨가 채아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해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건 또 아니네.”

예전에 하지율은 고지후가 임채아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가 희생할 수 있는 건 중요하지 않은 것들뿐이었다. 예를 들어 중요하지 않은 하지율...

모든 것을 알아차린 후 하지율의 마음은 더 이상 파도가 일지 않았다.

그녀는 옆에 멍하니 서 있는 점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바이올린을 오늘까지 이 가게에 맡기기로 했는데... 바이올린을 내려주세요. 오늘 다시 가져가야겠어요.”

점장이 고지후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피자 하지율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왜요? 바이올린의 주인은 전데 바이올린을 가져갈 권리도 없는 건가요?”

“아니요, 아니요.”

점장이 급히 웃으며 말했다.

“지금 바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절차를 마친 후 하지율은 바이올린을 들더니 고지후와 임채아를 쳐다보지도 않고 떠났다.

고지후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임채아는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어제 네가 지율 씨 생일을 챙겨주지 않아서 화난 게 분명해. 이게 다 내 몸이 좋지 않은 탓이야. 맨날 너한테 민폐만 되고.”

“너랑 상관없어.”

고지후는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

“연주회 먼저 준비하고 있어. 여름밤의 별은 조만간 너한테 보낼게.”

임채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알았어.”

...

그날 밤 고지후는 모처럼 시간 맞춰 집에 들어왔다. 하지만 평소처럼 밥상을 차려놓고 그를 기다리던 하지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고윤택도 밥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텅 비어 있는 식탁을 보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 엄마 오늘 저녁 안 차렸어요?”

매우 훌륭한 현모양처인 하지율은 지난 몇 년 동안 아내로서의 본분을 지켜왔다.

고지후는 그녀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했다.

고윤택의 위장이 약한 탓에 가려야 하는 음식이 많아 저녁 식사와 야식은 도우미에게 맡기지 않고 항상 하지율이 직접 만들었다.

낮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 고지후는 불쾌함을 드러내면서 입술을 씹었다.

‘이런 식으로 날 협박해서 통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한 건데.’

“신경 쓰지 마.”

고지후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아빠랑 나가서 먹자.”

고윤택이 신난 얼굴로 손뼉을 쳤다.

“좋아요. 예쁜 누나도 불러서 같이 가요. 또 맛있는 솜사탕을 먹을 수 있겠네요.”

“솜사탕?”

고지후가 살짝 멈칫했다.

“네 엄마가 너 유당불내증이 있어서 솜사탕 못 먹는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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