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남편들제1화
이 화는 약 1575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나와 내 동생은 같은 날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 남편들은 각각 소방관과 경찰관으로, 어린 시절부터 단짝 친구였다. 그 인연 덕분에 우리 자매는 같은 층에 집을 구해 이웃으로 지내게 되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각각 남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결국 나는 아이를 사산했고, 동생의 아이도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
그날 이후, 우리 둘 다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 * *
결혼식을 얼마 지나지 않아, 저랑 동생이 모두 임신했다. 내가 출산을 열흘 앞둔 어느 날, 아파트에 갑작스럽게 화재가 발생했다.
집안은 순식간에 자욱한 연기로 가득 차 올랐고, 나는 숨이 막혀 금세 진통이 시작되었다. 두 다리를 타고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정신은 몇 번이나 아찔하게 흐려졌다.
떨리는 손으로 몇 번이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답변뿐이었다.
[서아진, 지금 출동 중인데 내가 네 전화에 일일이 답해야 하냐?]
[정희가 지금 정체 모를 범인에게 옥상에 묶여 있는 상황이야!]
[그러니 헛된 전화 좀 그만 걸고 가만히 있어!]
남편은 내 말을 끊어버리듯 전화를 툭 끊었다. 다시 걸어보았지만, 이미 전원은 꺼져 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날 구해준 건 다름 아닌 동생, 수정이었다. 수정은 연기를 뚫고 달려와 나를 등에 업은 채 아래층으로 데려갔지만, 그 또한 무리한 탓에 유산의 징후가 나타났다.
아파트 경비원은 이번 화재가 방화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배전실의 접지가 일부러 잘려 있었다는 것이다.
수정은 다급히 자신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비난뿐이었다.
[너희 자매는 왜 이렇게 매사에 유난을 떠는 거야?]
[정희를 유괴한 범인을 아직 잡지 못했으니, 제발 전화 좀 그만 걸어!]
[나랑 변도준은 처음부터 너희 자매랑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어!]
역시나 전화는 냉정하게 끊어졌다.
결국, 나는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아이를 잃었고, 수정 또한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그 후,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리고 깊은 고통 속에서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
지금 내 몸은 여전히 쇠약하고,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전화번호를 찾고 통화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르고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기운이 빠져갔다.
드디어 다섯 번째 시도 만에 변도준이 분노를 억누르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또 뭐야?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전화 너머로는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여린 울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그 소리는 바로 나정희였다.
나는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 이혼해. 두 사람 행복하길 바래.”
[서아진, 할 짓 없으면 책이나 좀 읽어.]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도준의 목소리는 다시금 폭발했다.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랑 정희는 그냥 친구라고!]
[이번 사건은 목숨이 걸린 일이라니까? 정희는 고소공포증이 심한 애인데, 24층 옥상에 묶여 있었다고!]
[왜 매번 정희 이름 들을 때마다 발끈하는 건데?]
[다시 말하지만, 한 번만 더 이렇게 쓸데없는 짓으로 나를 귀찮게 하면 정말로 널 버릴 거야. 임신 중이라도 예외는 없어.]
도준은 더는 할 말 없다는 듯 전화를 끊어버렸다.
내 눈가에는 뜨거운 눈물이 맺혔고, 눈물은 핸드폰 화면 위로 툭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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