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죄제2화
이 화는 약 2382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2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3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항상 나를 무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인맥을 이용해 공장에서 일할 자리를 알아봐 줬고, 나는 돈을 벌기 위해 그곳에 가야 했다.
“일 열심히 하고, 돈은 집에 꼬박꼬박 보내. 민주가 고등학교 다니는데 돈이 많이 드니까.”
어머니는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이민주를 언급했다. 하지만 내 얼굴이 창백하고, 막 초경이 시작되어 바지에 붉은 얼룩이 번져 있는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공장 일은 힘들었지만 작은 도서관이 하나 있었다. 거기엔 찢어지고 훼손된 교재와 버려진 책들이 가득했다.
쉬는 시간마다 나는 도서관으로 달려가 책을 읽으며 독학했다.
공장에 다니던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내 어린 나이를 보고, 공부하려는 내 의지를 기특하게 여겼는지 여러모로 도와줬다. 그들은 나를 지도해주고, 심지어 고등학교와 연결될 수 있도록 힘써주기도 했다.
나는 월급의 대부분을 집으로 보내고, 조금씩 남겨 모으면서 학교에 갈 날을 꿈꿨다.
그러던 어느 날, 열이 심하게 나서 송금을 제때 하지 못했다. 그러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공장으로 찾아와 나를 매질하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말렸지만 그 와중에 내 책들과 책 속에 숨겨둔 돈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아버지는 내 배를 세게 걷어찼다.
“감히 돈을 숨겨? 이 배은망덕한 놈! 오늘 제대로 혼내줄 테다.”
어머니는 내 책을 잡아찢으며 소리쳤다.
“이게 네가 할 짓이야? 네 주제에 공부는 무슨 공부!”
나는 땅에 무릎을 꿇고 어머니에게 애원했다.
“엄마, 제발 그러지 마세요... 이 책들은 제 것도 아니고, 겨우겨우 빌린 건데요...”
하지만 아버지의 손바닥이 내 얼굴에 날아들었다.
“입 다물어! 네 엄마가 뭘 하든 신경 쓰지 마! 돈을 바르게 써야지, 헛짓거리만 하고 말이야!”
그들은 내 책을 찢어 물에 던진 뒤 발로 밟아 망가뜨렸다.
그리고 기숙사를 뒤져 내 모든 돈을 가져갔다. 남은 건 단 한 푼도 없었다.
떠나기 전 어머니는 내게 악담을 퍼부었다.
“그렇게 한가하면 또 다른 일을 해서 돈 벌어. 민주의 학원비가 얼마나 많이 드는데.”
나는 돈 한 푼 없이 남겨졌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민주를 위해 온 마음을 다했지만 단돈 한 푼도 없는 내가 어떻게 먹고, 입고 살아갈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빌린 책을 갚을 수 없게 된 나는 알바일을 구해 돈을 벌어야 했다.
그 일이란 공사장에서 잔심부름을 하는 것이었다.
공장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었다.
한 번은 시멘트를 옮기던 통이 너무 무거워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그날은 생리 중이라 몸 상태도 좋지 않았고, 결국 통이 기울어 시멘트물이 내 발을 적셨다.
공사장 반장은 고개를 저으며 나한테 이 일은 무리라고, 여기서 그만둬라고 하였다.
나는 무릎을 꿇고 울며 간청했다.
“정말 잘할 수 있어요.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반장은 한숨을 쉬며 나를 일으키려고 했지만 시멘트가 너무 빨리 굳어버려 내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망치를 사용해 시멘트를 부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내 발은 다치고 말았다.
반장은 나를 해고했지만 3만 원을 더 챙겨주며 발 치료비와 몸 보신에 쓰라고 했다.
한 발은 절뚝이며, 그 돈을 들고 걸어갔다.
힘들게 번 돈이었지만 오늘은 내 생일이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위해 작은 선물을 하고 싶었다.
나는 근처 국숫집에 들어가 국수 한 그릇을 시켰다.
그런데 그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민주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들은 평소처럼 그녀와 함께 외식을 하러 온 것이었는데 우연히 나를 발견했다.
아버지는 크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
“또 돈을 숨겼구나! 이 배은망덕한 놈아!”
어머니는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울부짖었다.
“이제 네가 커서 네 멋대로 돈 쓰며 외식도 하네? 부모 죽으라는 소리냐?”
그들은 깔끔하게 차려입었고, 이민주는 풍성한 치마에 나비 리본을 매고 마치 공주처럼 보였다.
반면, 바닥에 나동그라진 나는 머리카락은 엉망이고, 몸에는 작아진 옷을 입고, 헌 신발은 찢어져 있었다.
발에는 상처가 터져 피가 신발까지 번져 있었다.
나는 국수 그릇을 꽉 움켜쥔 채 필사적으로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태어나서 이런 맛있는 국수는 처음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이민주는 코를 막으며 고개를 돌렸다.
내 모습을 보고 그들은 더 화를 냈다.
어머니는 내 손을 억지로 벌리고, 아버지는 내 국수 그릇을 빼앗아 내 머리에 엎었다.
“먹어! 실컷 먹어 봐!”
그들은 이민주를 데리고 떠났다. 떠나기 전 어머니는 내 주머니를 뒤져 그 돈마저 가져갔다.
나는 국수로 범벅이 된 채 멍하니 그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정말 한 가족 같았다.
국숫집 주인은 내 돈을 받지 않았고, 국수 한 그릇을 더 주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비틀거리며 국숫집을 나섰다.
밖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스크린 속 내 뒷모습은 빗물에 서서히 젖고, 사라져 갔다.
백인 재판단은 조용히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판사의 시선을 피하듯 몸을 비틀었고, 이민주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도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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